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광범위한 성폭행을 벌인 정황이 포착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집중하겠다며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북부서 철군하자 이 지역 여성들이 현지 경찰·언론·인권 단체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집단 성폭행을 포함해 러시아군이 총으로 위협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했다는 피해 사례까지 파악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하 회장은 "우리 단체에 긴급 연락선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수 차례 문의해 왔다"면서 "대다수 경우 교전 탓에 이런 분들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은 (일반적으로) 실상보다 적게 신고되는 범죄이며 평시에도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문제"라며 "현재 드러난 상황이 빙산의 일각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글로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성명을 내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체르니히우, 키이우 등 지역에서 성폭행을 비롯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서남부 빈니차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군뿐 아니라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한 여성 교사를 학교 도서관에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같이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행은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규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전쟁 범죄의 한 종류로 다뤄져 왔다.
그런 만큼 현재 우크라이나 당국과 ICC는 신고가 들어온 성폭행 사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런 사법정의 실현과 별개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31세 여성 안토니아 메드베드츄크는 개전 일인 지난달 24일 폭발음을 듣고 키이우를 떠나기 전 제일 먼저 성폭행을 당하는 사태에 대비해 피임기구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폭격이나 통행금지가 없는 순간마다 응급 구호 키트 대신 비상용 피임기구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각지에 조직을 둔 여성 인권 단체 `페미니스트워크숍` 등 단체는 지방 정부와 협업해 성폭행 피해자에 의료적·법적·심리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페미니스트워크숍의 르비우 센터 직원인 사샤 칸처는 "성폭행범이나 총을 든 군인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여성이 안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피해에 따른 트라우마는 내부에 폭탄처럼 남아 계속 따라다닌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