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속 유해 물질을 제대로 라벨에 표시하지 않고 제조·유통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린 건 처분 시한을 넘겨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애경산업·SK케미칼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어긴 애경과 SK 측에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각각 8천300만원과 7천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주요 성분에 독성이 있고 흡입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은폐·누락·축소하고 `천연 솔잎향의 삼림욕 효과` 등 제품 일부 성분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해 마치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처분에 반발한 애경과 SK는 법정으로 향했다.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은 2심제(서울고법·대법원)로 진행된다.
서울고법은 애경과 SK의 손을 들어줬다. 두 업체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생산을 중단한 시점이 2011년 8월 말이고, 그다음 달에는 기존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했으므로 공정위의 처분은 제척기간(권리의 존속 기간)인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을 지나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애경과 SK의 위법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2012년 3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던 기존의 제척기간을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또는 행위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바꿨는데, 두 업체의 위반 행위가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2012년 6월) 이후에 끝났다면 새로운 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공정위 처분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시점 전후에 걸쳐 위반 행위가 계속된 때는 그 위반 행위가 종료된 시점에서야 비로소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이 된다"며 "공정거래법이 정한 조사개시일은 `위반 행위 종료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상품 수거 등 시정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위법 상태가 계속된다고 했다.
위법 상태가 끝나는 때는 `생산 중단`이나 `적극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한 시점`이 아니라 시중에서 문제의 상품이 모두 사라져 소비자가 더는 피해를 보지 않는 `위반 행위 종료일`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애경과 SK가 2011년 8월 말부터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가습기살균제를 생산·유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도 제3자에 의해 유통된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원심(서울고법)은 공정위 처분이 제척기간을 지난 점만 따졌을 뿐 그 처분 내용이 적정한지는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제품의 유통량과 유통 방법, 수거 등 조치 내용과 정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 정도와 피해 회피의 기대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