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선물과 옵션,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매를 집계한 결과, 올해 외국인은 15일 기준 20조8천58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석 달 보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만 각각 9조2천198억원과 2조4천620억원 등 모두 11조6천818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를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냈다.
외국인은 주로 시가총액 대형주들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시총 2위 LG에너지솔루션과 시총 1위 삼성전자를 각각 3조원 이상씩 순매도했고, 대표적인 성장주인 시총 5위 네이버와 6위 카카오도 각각 1조1천억원 이상, 9천78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7위 삼성SDI와 8위 현대차도 8천억∼9천억원 이상씩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 4위 펄어비스,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 5위 카카오게임즈 등 지수 관련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유동성 회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기에 들어가면서 본격화했다.
금통위는 지난 1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모두 1.00%포인트 올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할 공산이 커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이제 막 인상을 시작한 만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더 내다 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한은 금통위는 연말이나 내년 1분기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가 기준금리를 연 2.00∼2.25%까지 올려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준도 5월 회의뿐 아니라 6월과 7월 회의에서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 등 유동성이 줄고 담보대출이나 신용융자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거래는 더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이 너무 높게 유지되면 공포감이 확산해 미국 연준은 강한 긴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유동성은 위축되고 증시는 오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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