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업종 중 하나가 바로 건설업종일 겁니다.
부동산 경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주가는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 원인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건설사 주가. 왜 이렇게 안 오릅니까?
<기자>
당연히 실적 때문입니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거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은 10%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은 10% 줄어들 전망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건설 현장에 필요한 철근과 시멘트 가격도 상당히 많이 올랐거든요.
특히 철근은 건설 현장에 들어가는 원자재 중 40%를 차지합니다.
이런 철근을 건설사들이 매입하는 가격이 작년보다 40%가 올랐고, 시멘트도 20% 넘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따라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죠.
<앵커>
그럼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한 건설사들이 돈 벌기는 힘들겠군요?
<기자>
업체별로 다르겠지만 재료비가 1% 상승하면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최대 15% 이상 깎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보니 건설사들이 번 돈을 죄다 재료비로 까먹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한 번 오른 재료비는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원가 부담을 상쇄할 만큼 일감이 많아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건설사들은 바로 그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비록 1분기 장사는 망쳤지만 다가올 2분기, 나아가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사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늘더라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앵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런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건설사들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서 건설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정책은 단연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입니다.
새 정부의 부동산 공약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기대감은 높지만 관련 법 개정, 여야 합의 도달 등의 장벽으로 현실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높았던 기대감이 곧 실망감으로 전환되고, 건설업종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윤 당선인의 공약은 시행령 개정으로만 추진이 가능합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단지도 늘리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벌써부터 서울 서초구와 은평구 같은 일부 자치구에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전국적으로 재건축 대기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규제 완화로 약 5년 치 물량의 분양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치로 계산하면 서울에만 13만6천 가구 정도 되고요.
이를 포함한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49만 가구 정도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걸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건설현장에서 공사는 하도급을 주잖아요?
지금 철근이며 콘크리트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재료가 없고, 따라서 공사비를 더 주지 않으면 공사를 멈추겠다는 하도급업계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규제 완화 이런 거 다 소용 없는 거 아닙니까?
<기자>
일단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348개의 현장 중 시공사, 그러니까 우리가 소위 건설사들이라고 부르는 곳들이 협조 의사를 밝힌 현장만 절반이 넘습니다.
남은 현장도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요.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목이나 다름없는 올해를 공사비 몇 푼 때문에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협의가 진행돼서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지금 하도급업계의 엄포를 오히려 마진을 늘릴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건설사들이 국내에서만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해외는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원자재 가격 상승 이야기를 했는데, 해외에서는 이게 오히려 호재가 됩니다.
특히 지속되는 고유가 환경은 해외 시장에서도 중요한 발주처인 중동의 투자 여력을 증대시켜주거든요.
벌써부터 국내 건설사들은 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후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중동 발주처들이 다시 사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으로 5조원 규모의 GCC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철도망 사업, 그 중에서도 우리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1단계 구간이 인근 주민들에 대한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고 하고요.
11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석유화학 단지 프로젝트도 타당성 조사를 준비 중입니다. 이 사업의 경우 우리 건설사 5곳이 입찰 참가 자격을 얻었습니다.
중동 국가 특성상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또 입찰 참가 자격을 얻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누가 선정돼도 우리 업계엔 좋은 소식인 거죠.
또한 중동 최대 발주처인 사우디 아람코 역시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55조5천억원으로 늘릴 계획인 만큼 수주 낭보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건설사가 특히 활약할 것으로 전망되나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 진행을 앞두고 있는 현대건설을 최선호주로 꼽았습니다.
일단 재건축과 재개발이 중심이 된 국내 주택시장에서 2년 연속 수주 실적 1위를 기록했던 기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 잔고가 올해 건축과 주택 부문에서만 37조원까지 늘어나고, 내년에는 40조원을 넘길 전망입니다.
이 40조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냐면요. 보통 수주 잔고가 매출의 3배 정도면 안정적이라고 봅니다.
현대건설이 건축과 주택에서 올리는 매출이 6~7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3배를 훨씬 넘는 거죠.
이와 별도로 부지를 매입해서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6건을 진행하고 있고요. 30건 정도를 추가로 검토 중입니다.
적게는 2천억원에서 많게는 5천억원까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데, 그만큼 현금이 풍부하고, 또 이걸 불릴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해외 역시 코로나19 이후 다른 건설사들이 국내 사업에만 몰두한 반면 현대건설은 꾸준히 해외 수주고를 채워 왔습니다.
올해에도 10조원 가량의 해외 수주 목표를 세웠고요. 이는 국내 건설사 중 가장 큰 금액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최대 9%, 29% 가량 성장이 예상되고요.
내년에는 전체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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