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앞세운 러시아의 여론조작 시스템이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호의 침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뿐 아니라 신빙성에도 상처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흑해 러시아 해군의 지휘 통제 역할을 맡았던 모스크바호는 지난 13일 선체 폭발 이후 침몰했다. 악천후 탓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지만, 우크라이나의 넵튠 미사일에 피격된 뒤 침몰했다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문제는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승조원들의 행방이다.
침몰 직후 러시아 국방부는 승조원들이 모두 구조됐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승조원의 가족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락이 끊긴 승조원의 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최소 10명의 승조원 가족들이 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들의 생사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19세에 불과한 아들이 모스크바호에서 실종된 드미트리 쉬크레베츠는 최근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이콘탁테에 러시아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왜 징집병인 아들이 희생돼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쉬크레베츠는 자신뿐 아니라 아들이 실종된 다른 부모의 증언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침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인 권리 옹호 단체인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에 모스크바호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허위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유포할 경우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스크바호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분노가 러시아 정부에 사실상 반기를 들게 한 셈이다.
NYT는 징집병의 전사 문제는 체첸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제라고 지적했다.
체첸 전쟁 당시 징집된 젊은이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장에 투입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체첸 전쟁에서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러시아 젊은이는 수백 명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징집병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0세에 불과한 막내 동생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힌 막심 사빈(32)은 "정부는 우리를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며 "징집된 동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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