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축일인 부활절 전날 러시아군의 순항미사일 공격에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생후 3개월 아기를 포함해 8명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다시피 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숨은 최후의 잔류 병력에 대해서도 공습이 재개됐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향해 적어도 6기 이상의 순항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최소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데사 주민들이 여러 곳에서 폭발음을 들었다"며 "아파트 건물에도 폭격이 이어졌다. 1명은 마당의 차 안에서 공격당해 화염에 휩싸인 채 사망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후 3개월 아기의 사망을 언급하며 "그 아기가 태어난 지 1개월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상상이나 할 수 있나"라고 말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러시아군의 침공은 꼭 2개월 전인 2월24일 시작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을 향해 "그저 개자식들(bastards)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개자식들이다"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적이 아조우스탈에 있는 마리우폴 방어군의 마지막 저항을 없애려 한다"며 러시아군의 공습 재개 사실을 알렸다.
그는 러시아군 지상 병력도 아조우스탈에 대한 습격을 재개했다고 덧붙였으나 더 구체적인 현장 전황은 전하지 않았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군 아조우 연대와 해병대가 배수진을 치고 최후의 항전을 이어가는 곳이다.
제철소 지하에는 원자재 운송·장비 유지보수 등을 목적으로 대규모 지하 터널망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 군과 민간인 약 2천명이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터널이 `핵전쟁` 대비를 위해 설치됐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틀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선언하고, 아조우스탈 잔류 병력에 대해서는 습격이 아닌 `봉쇄`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의 핵심 전략 요충지로 꼽혔다. 점령에 성공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도시를 빼앗고,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군이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 루한스크주의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는 이 지역의 한 중소도시 마을에 포탄이 떨어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역시 돈바스 지역에 있는 슬로비안스크에서는 병사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장면이 AP통신에 포착됐다. 1명은 치명적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 위치한 하르키우에서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3명이 사망했다고 올레흐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밤 돈바스 지역 일부 마을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으며, 우크라이나 군사시설 11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의미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이날 자국 전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AP통신은 이는 `전쟁의 혼란과 국가 전체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조치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