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습격...기업들의 이유있는 외도

입력 2022-04-27 19:18   수정 2022-04-27 19:18

    밥먹으러 구찌 차마시러 디올
    오감으로 유혹…"소비자의 시간을 삽니다"
    쇼핑 유인책 '이케아 푸드' 매출 10% 차지
    건설사도 뛰어든 고급 버거…주력사업과 시너지
    <앵커>

    식음료와는 전혀 상관없을 거 같은 명품 브랜드부터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미식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밥 먹으러 구찌 매장을 가고, 차를 마시러 디올에 간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 레스토랑을 냈다고요?

    <기자>

    지난 3월이죠. 구찌가 서울 이태원 매장에 전 세계 4번째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소비자들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온라인 예약 4분 만에 한 달치 예약이 끝났을 정도입니다. 5월 예약도 3분만에 마감했다고 합니다.

    제 주먹보다도 크기가 작아보이는 시그니처 메뉴인 `버거`가 2만 8천원이고요.

    코스 메뉴(7가지)는 17만원으로 고가지만, 고객들은 몰려들고 있습니다.

    구찌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전통적 아이콘인 별이 천장에서부터 수놓아져 있고 구찌 플레이트에 요리가 담겨 나옵니다.

    한마디로 구찌가 추구하는 가치와 스타일,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에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쳇말로 난리가 난 겁니다.


    <앵커>

    `구찌` 말고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식음료 매장을 열고 있다면서요?

    <기자>

    이미 디올과 에르메스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디올의 시그니처 문양인 ‘CD’가 수놓아진 라테, 에르메스의 `H`가 올려진 디저트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커트러리며 식기 등 모든 테이블 웨어는 이들 브랜드 제품인데요.

    고가로 평소 구매하지 못했던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어 인기입니다.

    한시적으로 여는 `팝업 카페` 형태지만, 루이비통도 5월에 레스토랑을 엽니다.

    런치코스가 13만원, 디너코스가 23만원인데도 불구하고 다음달 예약이 5분만에 모두 마감됐습니다.


    <앵커>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지 않나요?

    식음료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명품 브랜드와 보다 친숙해지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섭니다.

    명품 옷이나 가방을 1년에 몇 번 정도 살까요? 1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하죠.

    하지만 카페·레스토랑은 매일도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고가의 명품은 쉽게 살 수 없어도 명품 브랜드가 제공하는 식사는 `작은 사치`여서 상대적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도 덜 하죠.

    또 식음료를 통해 이들 명품 브랜드는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도 됩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 본 경험은 과시 대상이 되다보니,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홍보효과도 보고 있습니다.


    <앵커>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들이 이제는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봐야하는 건가요?

    <기자>

    요식업 비즈니스를 하는 건 아닙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해 수익을 내려는 목적도 아니구요.

    매장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식음료를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이는 형식입니다.

    주력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식음료를 통해 미각과 촉각, 후각까지 자극하겠다는 건데요.

    이를 통해 소비자를 좀 더 자주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까지 높인단 계획입니다.

    또한 패션과 가방 등에 한정됐던 명품 소비를 식생활과 리빙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도 카페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겁니다.


    <앵커>

    명품 브랜드는 아니지만, 식음료 효과를 보는 기업이 또 있다면서요?

    <기자>

    사진을 하나 갖고 왔는데요. 이 곳은 어디일까요?

    식음료 전문 식당에 온 것처럼 보이지만 `가구 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입니다.

    밥 먹으러 이케아에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는 이케아를 찾게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가구 쇼핑에 있어서도 푸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프면 쇼핑에 집중할 수 없잖아요.

    이케아가 푸드사업을 시작한 것도 고객들이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쇼핑을 즐겨야 한다는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앵커>

    쇼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푸드 사업을 하게 됐다는 건 알겠는데, 밥을 먹으러 이케아를 간다고요?

    <기자>

    가구도 옷처럼 자주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잖아요.

    꼭 가구를 사러간다기 보다는 쇼룸도 구경하고 이케아푸드도 먹을 겸 데이트하러 가는 겁니다.

    사실상 먹거리가 이케아에 놀러 가게끔 하는 하나의 유인책인 셈이죠.

    김치 볶음밥, 떡볶이 같은 한국적 메뉴는 물론 이케아의 뿌리인 ‘스웨덴스러움’을 푸드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데요.

    대표 메뉴인 미트볼은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0억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입니다.

    덕분에 푸드는 이케아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인데요. 대략 계산해보면 680억 원입니다.


    <앵커>

    기업들이 식음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시간 점유`가 중요한데요.

    쇼핑을 할 때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다면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에도 유리하죠.

    백화점들이 고객의 시간을 잡기위해 식음료를 강화하면서 푸드 맛집으로 변신한 이유기도 합니다.

    이런 식음료의 이점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을 접목한 사업들을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정희 / 중앙대 교수 : 음식업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접목할 수 있습니다. 소위 안테나숍 형태가 될 수 있는데요. 매장에서 고객들의 소비행동들을 조사하고 연구해서 기술을 어떻게 구현시킬지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도 외식업에 적용시킬 수 있어서 다양한 업종에서 외식업과의 콜라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앵커>

    푸드테크기술을 외식업에 적용시켜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업체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건설사인데요.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굿 스터프 이터리`를 강남 한복판에 열었습니다.

    김예원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남 한복판의 한 버거 매장입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던 미국의 고급 셰프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GSE)`인데, 해외 매장과 달리 국내 매장에는 최초로 스마트팜이 적용됐습니다.

    보시는 것과 같이 매장에는 스마트팜이 마련됐습니다. 버거에 들어가는 야채가 길러지는 모습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친환경 무농약 야채를 바로바로 재배해 `신선한 햄버거`를 선보인다는 점이 강점이자 차별화 포인트인데, 운영 업체가 특이하게도 건설사입니다.

    [이미현 / 대우산업개발 부사장 : 저희가 만드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는 거죠. 소비자들이 어떤 식생활을 할 것인지 연구 끝에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건설을 `스마트팜`으로 연결 지었고 이 스마트팜하고 잘 매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은 것입니다.]

    대우산업개발은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6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인데, 향후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 공간에도 스마트팜을 설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스마트팜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안테나 숍`으로 버거 매장을 선택한 셈입니다.

    [이미현 / 대우산업개발 부사장 : 저희가 꿈꾸는 아파트의 모델은 관리비가 나오지 않는 아파트, 가장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들이 적용이 돼야 되겠죠. 그중에 스마트팜, 공동주택 안에 공동 텃밭인데 스마트팜이 우리 주거 공간에 들어온다고 하면 훨씬 더 메리트가 클 것 같습니다.]

    건설사와 버거, 다소 엉뚱해보이는 조합이지만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의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매장 내 스마트팜에서 직접 기른 친환경 무농약 채소로 햄버거를 만든다는 점이 새롭네요.

    게다가 향후에는 주력사업인 주거 공간에도 스마트팜을 적용한단 점에서 버거 매장이 사실상 안테나숍 역할을 한다고 봐야겠습니다.

    <기자>

    네, 제조업이나 B2B기업은 소비자 데이터가 부족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단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식음료 매장을 열면 자사의 기술을 구현시킨 상품을 선보일 수 있죠. 또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그에 따라 반응을 살펴 보기 좋습니다.

    주력제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절로 홍보도 되고요.

    과일이나 채소를 저속으로 짜는 원액기를 개발해 전 세계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한 휴롬이 과거 주스카페를 열었던 것도,

    공기청정기 업체들이 숍인숍 형태로 카페를 운영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게다가 외식업은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나 매몰비용이 크지 않단 장점도 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고재윤 / 경희대 교수 : (대우산업개발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아파트 주민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중에 식문화가 필요하죠. 또 외식 사업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현금화가 가장 쉽다는 것입니다. MZ세대들이 추구하는 미래의 상품을 계속적으로 수집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스타일에 자사의 제품을 접목할 수 있기도 하고...]


    때문에 다양한 업종에서 식음료 사업에 발을 걸치거나 콜라보를 통해 사업의 확대 혹은 신성장 사업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건데요.

    앞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외식업으로의 진출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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