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돈 버는 게임`을 뜻하는 P2E 신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주가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P2E 게임이 과연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IT 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예전에도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작업장`이 있지 않았습니까? P2E 게임은 뭐가 다른 겁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P2E란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말 그대로 돈을 벌기 위한 게임입니다.
다만 리니지 같은 게임에서 얻은 돈과 아이템의 소유권은 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사에 있거든요. 때문에 게임사는 작업장 계정들을 감시하고, 현금 거래 내용이 적발되면 계정을 정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P2E 게임에선 게임 내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게임에서 얻은 재화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즉, P2E게임에서는 내 소유의 아이템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사가 제재하지 않습니다.
<앵커>
돈을 번다는 게 아이템의 소유권을 인정해준다는 말이었군요. 알겠습니다.
정 기자, 그러면 국내 게임사들의 P2E 게임 출시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컴투스홀딩스와 네오위즈는 어제와 오늘 첫 각사의 P2E 게임인 `크로매틱소울`과 `크립토 골프 임팩트`를 각각 정식 출시했습니다.
넷마블은 어제 P2E 게임 신작인 `골든브로스`를 필리핀에서 얼리 억세스 출시했습니다. 특히 넷마블은 올해 출시 예정 게임 12개 가운데 절반이 P2E 게임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또 위메이드도 올해 100개의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애니팡이라든지 모두의 마블 같은 기존 IP를 바탕으로 하는 P2E 게임들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국내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P2E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P2E 게임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는 뭡니까?
<기자>
국내 게임사들도 뛰어들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P2E 게임으로는 `엑시인피니티`가 있는데요. 엑시인피니티 게임을 보시면 그래픽이 수려하다거나 게임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게임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P2E 시스템을 도입하며 `대박`을 냈습니다.
평균 임금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게임으로 벌 수 있는 돈이 단순 노동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 겁니다.
게임이 인기를 끌며 하루 동시접속자수는 최대 270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국내 3N 게임사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며, 엑시 토큰의 가격은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이렇다보니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해온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우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P2E 시스템의 도입이 새로운 매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동기로 작용했는데요.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시죠.
[위정현/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확률형 아이템을 보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P2E라는 모델을 도입하게 됐던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측면을 본다면 기본적으로 게임이라는 것은 가상화폐라든지 디지털 경제라는 성격을 원래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자신들의 게임이 가지고 있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국내 게임사들이 P2E 게임에 집중하고는 있습니다만, 최근 게임주들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P2E게임이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요? 임동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P2E게임을 이미 시장에 내놓았거나 조만간 출시할 예정인 기업들의 주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출시한 P2E 게임 ‘미르4 글로벌’이 흥행하면서 11월 23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신작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현재 77,500 원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올해들어 60%이상 떨어졌고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등도 30% 이상 빠진 상황입니다.
신작 부재와 함께 지난해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하게 오른 부작용이 나타난 셈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이슈에 따른 성장주의 전반적인 하락세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P2E 게임 출시가 반등의 키가 될 수 있을까요?
증권가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P2E 신작들이 쏟아지는 만큼 성과를 내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주가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현재 기대감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겁니다.
한 예로 넷마블에 대해 다올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은 P2E 게임 A3, 바람의 나라를 통한 유의미한 매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의 공통적인 의견은 P2E게임의 성공 역시 작품성과 재미가 전제돼야 한다는 건데요.
결국 유저 유입이 계속 되고 이탈이 없어야 게임의 코인 이코노미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P2E 게임들이 쏟아지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의 진출 성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P2E 게임이 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P2E`가 흥행 보증 수표는 아니고, 결국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는 거네요.
그런데 정 기자, 제 주변에서는 P2E 게임을 한다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국내에선 P2E 게임이 출시가 안되기 때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에선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도 해주지 않아 서비스가 안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국내에서 접속도 못 합니다.
때문에 국내 게임사는 P2E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선 유통을 못하는 겁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P2E 게임을 출시 중인 국내 게임사들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긴 하지만 국내 시장 매출의 일정 부분 손실은 감수해야 합니다.
<앵커>
가뜩이나 울상인 게임사들이 규제에 또 한번 발목 잡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국내에선 무엇을 근거로 P2E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 겁니까?
<기자>
국내 게임법 때문인데요.
법 규정에 따르면 게임에서 얻은 재화는 환전하는 게 금지되어 있고, 사행성게임물의 경우 등급 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게임위는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P2E 게임이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위는 지난 1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들에게도 P2E 게임에 대한 분류를 하지 않도록 공문을 전달하며 사실상 국내 P2E 게임 출시를 막았습니다.
전세계에서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국가는 국내를 포함해 중국 등 몇개 국에 불과한데다가 슈퍼셀과 같은 해외 유명 게임사들도 P2E 게임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게임의 글로벌 위상이 규제에 발목 잡히며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위에서 어느 범위까지가 사행성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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