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은 리더십이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미래 성공 스토리를 시장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재용은 어디 있습니까?"
지난 주 만난 한 해외 자산운용사 CEO는 미스터리와도 같은 `6만 전자`의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의 간결한 답은 지금 우리가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관통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전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의 반도체는 우리의 자랑이다. 깔끔하게 `초격차`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는 삼성의 이미지는 세계 1등이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국뽕`을 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런 삼성이 위기라고 한다. 너무나 거대해진 삼성의 불편한 성장 과정을 두고 우리가 인민재판을 하는 사이,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갔다.
인텔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웅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은 "앞으로 3년 후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중국에 잠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도 "3년 후면 지금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전 세계 산업 질서 속에 삼성은 더 이상 쿨하게 `초격차`라고 외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것이 `6만 전자`의 본질이다.
이제는 한 국가의 `안보`가 된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전쟁 속에 `삼성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도태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절박함은 다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최전선으로 소환하고 있다.
삼성이 마주한 현실은 뼈아프다. 미래 먹거리로 삼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은 여전히 글로벌 1위 TSM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랑이었던 스마트폰은 이제 애플과 중국기업들 사이에 끼어 난감한 상황이다. 엄청난 현금을 쥐고도 몇년째 굵직한 M&A 하나 성공시키지 못한 건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삼성의 경쟁력 약화는 곧바로 우리 경제와 주요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과도한 쏠림이 불편하지만 분명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전문 경영인이면 충분하다는 `키보드워리어`들은 이제 빠져주시길 당부한다. 수십조 원짜리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은 어디에도 없다. 또 직접 현장을 보지 않고 책상에 앉아 보고만 받고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총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 삼성의 총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당황스럽게도 지금 그의 최전선은 서초동 법원이다. 단단한 `사법 족쇄`에 갇혀 있다. 벌써 수년째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사법리스크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을 앞두고, 보다 못한 경제계가 나섰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절박하다고 했다. 차기 정부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게 정설이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나라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인데, 이미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을 붙잡아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과연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제는 그를 뛰게 하자. 그리고, 만 53세 삼성의 총수 이재용이 외친 `사업보국(事業報國)`이 무엇인지 500만 주주와 함께 지켜보자. 우리에게도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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