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미국에서는 투자업계에 큰 뉴스가 있었죠.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연례총회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이 나왔는데, 현장을 다녀온 특파원과 연결해 이 내용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신인규 기자.
<기자>
네, 뉴욕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원래 버크셔해서웨이 총회가 오늘까지 사흘 동안 열렸거든요. 조금 전에 오마하에서 돌아왔습니다.
<앵커>
먼저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총회가 가지는 의미, 무게감부터 좀 알아보죠.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매년 봄이면 주주들을 초청해 사흘 동안 연례 총회를 엽니다.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진행하는 투자자와의 문답이 총회의 백미로 꼽힙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사업이나 회사가 투자한 기업의 정보 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버핏의 생각, 투자 철학까지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팬데믹 탓에 연례 총회에 주주들이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었는데, 올해 3년 만에 다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60여 개의 질문과 대답이 반나절 동안 이어졌습니다.
<앵커>
저희가 특파원이 보낸 영상과 사진자료를 미리 받아봤는데, 이게 한 기업의 주주총회가 아니라 마치 콘서트처럼 행사가 꾸며졌다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행사가 열린 오마하 CHI 헬스센터는 유명 가수들의 대형 콘서트장으로 이용되는 곳인데 2만 명 정도가 수용이 가능합니다. 어제 새벽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줄을 이어 건물을 둘러싸는 장관이 연출됐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생방송 연결 이후에 영상 리포트로 생생히 전해드릴 예정이고요, 이 곳을 찾은 사람들도 투자자들을 위한 축제를 충분히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4만 명 정도가 이번 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합니다.
<앵커>
투자자들을 위한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 사실 최근의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이 즐거울 일이 많지 않을 텐데도 그런 열기가 느껴졌습니까.
<기자>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를 참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A주의 가격은 4월말 기준 주당 48만 4,340달러입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6.61%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13.86%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죠.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등 주요 경영진이 90세를 넘은 지금도 그들의 투자 안목이 건재하다는 주주들의 믿음이 여전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총회에는 전세계 미디어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들은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두 사람이 어떤 말을 할까, 또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목하기 때문이겠죠.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을 텐데, 먼저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부터 세부적으로 살펴볼까요.
<기자>
1분기에 있었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 자리에서 공개가 됐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분기에만 510억 달러, 우리 돈 60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기업 지분 투자에 나섰습니다. 정유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매입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기초로 보면 셰브론의 투자비중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포트폴리오 내 9위 정도였는데, 석 달만에 보유비중 순위가 4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셰브론의 보유 지분 규모가 45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것이 석 달 만에 259억 달러로 늘어난 겁니다. 1분기 기준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 상위 5곳은 애플과 뱅크오브 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셰브론, 코카콜라로 조정됐습니다.
또 다른 정유주인 옥시덴탈의 지분 투자도 1분기에 늘려서 14%까지 확보를 했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옥시덴탈의 연례 보고서를 읽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1분기에는 정유주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던 겁니다. 역시 1분기에 HP 주식도 늘렸는데, 이번 자리에서는 HP에 대한 주목할 만한 코멘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총회 중에 워런 버핏 회장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대한 대량 매수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1분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의 9.5%에 달하는 지분을 샀다는 겁니다. 미국에는 13F라고 해서 포트폴리오 변동 내역을 공개하는 서류가 있는데 1분기 내역이 담긴 13F가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았거든요. 또 미국 공시제도상 회사 보유지분이 10%가 넘지 않으면 즉시 공개할 의무도 없는데 편하게 주주들에게 이야기를 한 거죠.
액티비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당 95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게임회사입니다. 액티비전의 주가는 4월말 기준 75.6달러로 인수제안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버핏 회장은 “인수 과정 중 법무부가 무엇을 할지, EU나 다른 지역에서 합병에 제동을 걸지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가 아는 한 가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에 충분한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앵커>
1분기는 미국 증시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대세 하락을 겪을 때였죠. 하락장에 오히려 투자기회를 봤다.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요.
<기자>
워런 버핏 회장은 지금이 투자 적기다, 이른바 ‘바닥’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제 전망과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우려하는 발언들을 남겼죠. 이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정유주도 사실은 인플레이션 수혜주에 가깝고요.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과정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확실하게 주가 차익을 볼 수 있는 주식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은 변동성이 큰 가운데 투자 기회가 있는 종목들은 당연히 있고 그래서 자신도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금방 사라질 것으로 본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2분기의 첫 달인 4월 한 달 동안에는 추가 주식 매입이 없었다고도 말했고요.
최근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듯이 총회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나 전쟁 상황, 공급망 문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요. 워런 버핏 회장은 어떤 변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 예즉 시나리오를 정해두고 하는 식의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예측을 경계해야 할 때”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선의 방비는 자신이 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앵커>
다른 측면들도 좀 살펴볼까요.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어떤 발언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부분들과도 맥락상 이어지는 점이 있는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 모두 최근의 투자 흐름이 점점 ‘도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투자 대상의 근본적 가치와 상관없이 가격이 움직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시장에 엄청난 투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총회 자리에서 제가 들었던 비트코인 관련 발언을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워런 버핏 회장은 “가상자산은 그것을 더 비싸게 팔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판매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나 사람이 살 수 있는 아파트와 같은 자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미국 전체 아파트의 1%를 250억 달러에 사라고 하면 나는 바로 사겠다. 하지만, 전세계의 비트코인을 단돈 25달러에 사라고 하면 나는 사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찰리 멍거는 조금 더 비판적이었는데요. 자신은 인생에서 어리석은 것, 나쁜 것, 본인을 어리석어 보이게 하는 것들을 피해왔었는데 비트코인은 이 세 가지에 다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멍거 부회장이 봤을 때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는 어리석고, 비트코인이 미국의 화폐 시스템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쁠 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이미 금지한 중국 공산당보다 우리를 어리석어 보이게 만든다는 겁니다.
<앵커>
시간 관계상 여러 가지 다른 내용들은 뉴스 리포트로 또 다루기로 하고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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