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문답'으로 신뢰 쌓는 워런 버핏
축제 분위기가 허문 장벽…주주간 정보공유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그가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입니다.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이 회사의 주주총회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가 됐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신인규 기자가 버크셔해서웨이 총회가 열린 미국 오마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여기는 미국 오마하입니다. 지금 새벽 여섯 시를 조금 넘은 시간인데, 제 뒤를 보시면 벌써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총회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잭 테론 / 버크셔해서웨이 주주 : ‘위대한’ 워런 버핏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여러 상황들에 대한 의견이 특히 궁금하죠.]
사람들은 콘서트와 대형 전시회를 방불케 하는 총회 규모에 시작 전부터 들떠 있습니다.
3년 만에 주주들 앞에 선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등장만으로 투자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올들어 6.6%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13.8% 떨어진 S&P 500지수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입니다.
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장인 1분기, 버크셔해서웨이는 510억달러를 들여 정유주인 셰브론과 옥시덴탈, IT주인 HP 등 기업 지분투자에 나섰습니다.
버핏 회장은 투자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답변을 내놓습니다.
직접 입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던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화도 이 자리에서 깜짝 공개합니다.
[워런 버핏 /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한 달 쯤 전, 대략 1,500만주 정도 될 텐데…우리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식을 샀습니다.]
자신이 확신하지 않는 분야는 수익성이 높아보이더라도 섣불리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확고히 드러냈습니다.
[워런 버핏 /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만약 당신이 제게 전세계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고 그 전부를 단돈 25달러에 판다고 해도, 나는 안 살 겁니다. 내가 그걸로 뭘 할 수 있습니까? 난 다시 그걸 당신에게 되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있겠지만, 다른 걸 할 수는 없죠.]
이번 연례 주총에서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예순 개에 달하는 질문을 소화해냈습니다.
90세를 훌쩍 넘은 투자 거목들이 지친 기색 없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무차별적인 질문에 답하는 마라톤 일정,
이 자체가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회사의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티브 조던 / ‘현인과 오마하’ 저자 : 대규모 주주총회를 통해 워런 버핏 회장은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투자자에게 던집니다. ‘나와 찰리 멍거는 여전히 건재하고, 어떤 질문에도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그런 것들이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으로 돌아오는 측면이 있는 거죠.]
총회가 끝난 이후 주주들이 서로 자유롭게 투자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자본주의를 위한 우드스탁`이라고 불릴 만큼 자유롭고 들뜬 총회의 분위기는 사람들의 벽을 쉽게 허무는 역할을 했습니다.
자식 교육을 위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산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17세 아들과 함께 오마하를 방문한 셰리 쟝 씨는 "워런 버핏·찰리 멍거의 유머와 지혜, 총회의 분위기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주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일이 버크셔해서웨이가 하는 일이라는, 이 회사 사람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마하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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