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심사 강화 가이드라인 마련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작년에만 3조 원 가까이 적자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 수술이나 도수치료 등 일부 과잉진료가 늘어나면서 손해율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의료보험 보유계약은 3,550만 건으로 전년대비 54만 건이 증가했다. 신규 가입과 보험료 인상 등으로 보험료 수익 역시 매년 증가, 전년보다 1조1,000억 원 증가한 11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 5개 생보사와 메리츠, 한화, 롯데, MG, 흥국, 삼성, 현대, KB, DB, NH농협손해보험 등 10개 손보사가 판매 중이다.
◆ 적자 3조원 육박…과거 실손상품 손해율 높아
보험료 수익이 늘고 있는데도 실손의료보험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손익은 2조8,600억 원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폭이 3,600억 원 늘었다.
이 기간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 역시 113.1%로 전년(111.8%) 대비 1.3%p 증가했다. 이는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과거 판매된 상품의 상품구조상 과잉 의료 이용에 대한 효율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으로 금융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판매됐던 1세대(127.6%), 2세대(109.4%), 3세대(107.5%) 상품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고, 진료 받은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4세대형의 경우 손해율이 54.2%로 가장 낮았다.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일부 특약들이 합쳐진 형태의 상품이고, 3세대부터 기본 실손보험과 특약이 분리됐다. 4세대는 받은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구조로 상품 구조가 바뀌어 보험료가 저렴해졌다.
◆ 백내장 수술·도수치료 손해율 `주범`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인 주범으로는 5대 비급여 진료항목 중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이 꼽혔다. 실제 2019년 3.6%로 5위였던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가 2020년 8.7%로 5.1%p 증가하며 2위로 급상승했다.
도수치료의 경우 2019년 전체 비급여금액 중 14.6%에서 2020년 12.8%로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백내장 수술을 위한 조절성 인공수정체 보험금 지급률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급의 비금여금액 중 9.1%를 차지하고 있던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2020년 19.9%로 무려 10.8%p나 증가했다.
◆ 금융당국, 실손보험 지급 심사 강화
이처럼 실손보험금 누수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금 지급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①치료근거 제출 거부 ②신빙성 저하 ③치료입원목적 불명확 ④비합리적인 가격 ⑤과잉진료 의심의료기관 등의 경우 보험사기 조사대상으로 지정하는 실손보험 지급에 따른 5대 기본 원칙을 제정했다.
백내장 수술이나 도수치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치료근거를 제출하지 않는다던가 그 목적이 불명확한 경우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손해율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초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잇따라 인상하고 나선 만큼, 이에 대한 손해율 안정화 효과도 하반기께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보험사들이 약 14% 정도 보험료 인상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상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기에 그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던 백내장 등 비급여 관련해서 심사기준을 강화한 만큼, 손해율 안정화에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선량한 실손 가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지급기준 강화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당한 보험금 청구로 확인될 경우엔 지연이자까지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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