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 안착을 위한 핵심 - 현지화

입력 2022-05-04 17:26  


인도, 시장 안착을 위한 핵심 - 현지화






■ 시장 현황
`21년 인도 건설시장은 ‘20년 대비 8.7% 증가한 4,525억불로 Covid19로 인해 축소되었던 시장 규모가 다소 회복되고, 장기적으로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6.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향후 아시아 3대 건설시장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도 정부가 PPP 및 HAM (Hybrid-Annuity Model)을 개정하고, 도로/부동산 개발 부문에 FDI 100% 허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민간·외국인 투자 유치를 유도하고 있으며,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1.33조불(Rs 100 lakh-crore) 규모의 `PM Gati Shakti`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철도, 도로, 석유·가스, 전력, 통신, 해운, 항공 등이 포함된 각종 사업에 16개 중앙정부 기관들이 참여하여 인프라 개발을 통한 생산성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 이외 서남아 국가들은 정치적 혼란과 외환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외환위기를 겪고 있으며, 네팔 등은 위기 수준에 가까운 상황이기에 시장 진출을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 또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비드19 팬더믹으로 타격을 받은 노동시장이 회복해야 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가계의 소비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높은 유가와 식품가격 인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세계은행은 인도가 금년 8%의 높은 성장이 가능하며 이후에도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에 그나마 우리가 진출을 고려해 볼 만한 여건을 가진 시장으로 손꼽을 수 있다.
인도가 대대적인 인프라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우리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나, 수주를 낙관할 수 있는 시장이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도의 관행과 불리한 사업여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여기에 L&T를 위시한 현지 업체들은 자국시장이라는 배경에서 얻는 장점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며 축적한 사업 경쟁력과 기술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 현지화의 필요성
대부분 인도 주요 건설사들은 다수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주요 건설 자재들을 아예 직접 생산하거나 주요 공급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뿐만 아니라,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력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단순 토목.건축 및 플랜트 공사를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선 상태이다. 따라서 인도는 전략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단독으로 진출하는 일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외국기업이 단독으로 진입하여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은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시장이다.
해외건설은 수주에서 완공까지 기간이 길고 모든 활동이 현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여건, 지리적·문화적 차이, 환경의 다양성, 불가항력적 변수 등 다양한 제약 요인으로 부터 영향을 받는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민간·외국인 투자 유치정책을 세우고 인프라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투자를 늘리고 있는 등 인도가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복잡한 인허가 제도, 토지수용 문제, 장비 동원 지연, 계약 분쟁 등 우리 기업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사수행환경은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으로 업체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기업이 제약 요소를 극복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현지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 현지화 및 인적자원 확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성공사례를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외국업체의 진출 사례
토목분야의 경우 말레이시아 건설사 Sunway는 최근 방갈로르 소재 인도 업체와 Joint Venture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HAM방식 도로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추가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싱가폴 기업 L&W는 금융, 부동산 개발 및 시공사 오너들과의 파트너십과 특수 관계를 이용해 싱가폴 투자사들과 연계하여 남인도 주요 도시에서 오피스 건설 메이저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터키회사 Gulermak은 풍부한 터널 실적을 바탕으로 여러 인도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몇 년간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법인설립 및 단독입찰 전략하에 현지화 단계로 도약 중이다.
한편 1931년 영국 회사의 인도 지사로 진출하여 2004년 태국의 ITD가 인수한 ITD Cementation은 외국계 회사로서 도로, 철도 (메트로), 항만, 공항, 수처리 및 댐 등 다양한 부문에서 2021. 3월말 기준 수주잔고 Rs 9,147 crore, 매출 Rs 2,727 crore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호주 Leighton의 경우, 1998년 대규모 자본금을 출자하여 인도 시장에 진출, 민간 주택 건축시장에서 대부분 현지인 팀장급으로 구성된 현장 조직을 구성하고 뭄바이, 델리 NCR, 하이데라바드, 부바네스와르, 코치, 첸나이, 만가드 등에서 대형 아파트 및 쇼핑몰, IT Park 다양한 공사를 수행해 왔으나 최근 미수금 문제로 고전 중이라고 전해진다.

부동산 투자 및 개발사업의 경우, 단독 진출방식과 파트너십을 통한 진출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실물자산의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 인도 시장에서 미국 Blackstone는 현지 시행사들을 통해 오피스 개발사업의 가장 큰 손이 되었고, 캐나다 Brookfield 역시 실물자산 인수팀과 개발사업팀으로 조직을 보강해 나가고 있다. 싱가폴의 CapitaLand와 Mapletree는 상업용 자산 개발사업을 위한 현지 단독 조직을 갖추고 물류창고, 데이터 센터, 오피스 개발에서 점차 두각을 내고 있다. 특히 Mapletree는 올해 3천억원 규모의 뭄바이 지역 오피스 개발을 직접 준비 중이며 지난 해 3월에는 푸네 인근 차칸에 위치한 120만 평방피트 규모 산업 창고의 일부를 약 4,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파트너십 방식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일본 Sumitomo와 중국 Fosun 그룹이다. Sumitomo는 델리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 중인데, 이는 토지를 보유한 인도 파트너와 기존에 오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회사는 중국 Fosun 그룹이다. Fosun 회장이 직접 인도에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인도 현지인을 Country Head로 채용해 2년간 각종 시행사들을 만나 최종적으로 뭄바이 한 시행사의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뭄바이에 6개 프로젝트를 확보했고 추가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피인수된 시행사의 오너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경영을 그대로 맡기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Fosun 인도 대표는 동 파트너십 사례에 대해, “인도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Buy-out 모델’과 ‘강력한 현지사무소’의 조화다. 상하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들의 관리감독은 해당 모델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Fosun 하이브와 현지 파트너사는 뭄바이 주택부문 개발업체 지분을 90:10의 비율로 인수했으며, 판매, 인사, 건설, 재무, 사업개발, 법무 등의 관련부서장은 Fosun이 지명한 반면, 대외업무 총괄을 담당하는 CEO는 현지 파트너사가 맡았다. Fosun의 고위급 간부는 ”사업개발, 자금조달업무 뿐만 아니라 전체 운영을 감독했는데, 이렇게 하면 강력한 현지 사무소와 함께 시장 내 기회의 타당성을 제대로 확인 및 평가할 수 있어 포순 하이브의 현지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Fosun의 사례는 현지인의 역할을 최대로 발휘시키고 본사 최고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매우 성공적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인적자원 확보와 관련하여 미국 UBER 택시가 TATA그룹과 Joint Venture로 저가형 택시사업 모델을 검토 중에 있었는데, UBER가 협상 과정에서 TATA측 주요 인사를 스카우트해서 고용했다는 얘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인도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현지 자산운용사와 대등한 실력을 겨루고 있는 미래에셋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지인 CEO와 인도인 펀드매니저, 그리고 그러한 고급 인력들을 견제, 독려할 수 있는 한국 관리자의 균형감 있는 조직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제언
현지화란 본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현지인 위주로 조직을 구성하고 영업 관리 및 현지 공사를 수행함으로써 해당기업이 현지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발주처 Needs의 다양화와 수주 경쟁 심화 및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차별화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의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고, 현지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참여결정에서부터 對발주처 수주 영업활동, 합작사 선정, 견적 및 입찰가 결정, 계약체결, 하도급 업체 선정, 현지조달 체계 구축 및 금융 등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본사 개입을 점차 축소하고, 현지법인 자체적으로 적정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현지화 개념을 바탕으로 현지 조직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인력, 자재, 금융 등을 모두 현지에서 조달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고 외국기업에 대한 현지 문화 및 사회적 반감을 극복하며 현지 지역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현지화 성공 조건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본사로부터 최소한의 관리 및 감독만 받는 자율적 운영이 가능한 현지 조직을 만드는 것은 국내 건설기업의 문화를 고려할 때 매우 어렵다. 대부분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은 수주 영업 활동 및 인력활용에만 집중되어 있고, 실제 공사 수행을 위한 설비투자 및 현지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현지 업체와의 협업도 글로벌 기업에 비해 소극적인 실정이다.
현지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소극적 실천은 결과적으로 우리기업의 수주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업체의 시장진출은 93년 나파트 자크리 수력발전소 건으로 처음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363건, 227억불을 수주하였다. 코로나가 미치는 영향도 있겠으나, 거대시장에서 활동해 온 기간에 비해 우리기업의 수주 추이는 점점 하향하는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우리업체의 현지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기에 인도에 진출한지 수십 년이 지났으나, 경쟁력을 갖기보다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도 진출 추이> (단위: 백만달러)
구 분 합 계 ~’18 ‘19 ‘20 `21 `22.5.4
건 수 363 295 31 23 10 4
금 액 22,715 21,862 366 115 250 120
<출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Invest India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의 하나로 청소년 인구 비중이 크고, 적극적인 민간 및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을 통해 향후 20년간 약 1.5조 달러의 대규모 인프라 중심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또한 태평양에서 인도양 지역으로 이동하는 세계 해양 무역 중심지로서 2030년까지 인도가 세계최대 제조허브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함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매력적인 시장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인도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진출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 팬더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난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건설 활동이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업체들이 내실을 다지며 잠재력이 있는 인도시장을 대상으로 현지화를 통한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출처 및 참고>
출처: 이정송 인도협력원ㅣ해외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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