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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연락 끊어진 요양병원 독거노인, 수급자 혜택 '난감'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기자

입력 2022-05-07 09:00  

최근 요양병원 대면면회가 허용됐다. 그러나 요양병원에는 자식과 연락이 끊긴 독거노인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신분증 재발급·기초생활수급 등록이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환자가 직접 가기 힘들어요. 뇌경색에 복막염까지 있어서 주치의가 움직이면 목숨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오실 수 없나요?"
"어쩔 수가 없어요. 구급차라도 타고 직접 오셔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영등포구에 위치한 동사무소에 구급차 한 대가 신분증 발급을 위해 들어왔다.

들것을 통해 들어온 환자는 S요양병원에 장기 입원중인 여성 이 모 씨.

이 씨는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 독거노인이다. 재산도 따로 없고, 의식이 온전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신분증 재발급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필요한 상태였다. `서류상으로 자식이 있어` 동사무소를 무조건 방문해야만 재발급과 수급자 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에,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급차를 타고 동사무소에 가야만 했다.

●장애인은 되는데… 위급한 독거노인 "어렵다"

이 씨는 지난 2월 서대문구에 있는 대학병원을 통해 급한 치료를 끝내고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학병원 사회사업팀은 이 씨를 전원(轉院)하면서 요양병원 직원에게 "요양병원비 본인부담금 일부를 사회사업기금으로 우리가 내겠다"며 "이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통해 병원비를 충당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씨가 중환자라는 데 있었다. 몇 달이 지나 자금이 동나 병원비 마련이 시급했지만 신분증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어려웠고, 기초생활수급비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신분증 발급과 수급자 등록을 위해 직접 동사무소로 가면 된다. 그러나 이 씨는 뇌경색, 복막염, 코로나까지 겹친 중환자라 거동이 어려웠다. 직계가족을 부르려 해도 자녀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라 방법이 없었다.

이 씨의 주치의는 "완전 와상상태(침상 안정이 필요한 상태)에 인지기능 저하로 거동과 의사표시가 어렵다"며 "이동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직접 동사무소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요양병원에서는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올 수 없냐고 물었지만, 구청과 동사무소는 난색을 표했다.

이 씨의 주치의가 쓴 소견서. 주치의는 이동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에게 ‘서류상으로 자식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수급권자를 보호하고 싶다, 다른 신청서류는 (본인이 없어도) 다 구비가 되는데 신분증이 문제"라며 "본인이 움직일 수 없다면 직계가족이 신청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직계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도 서류상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권으로 방문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도 문의를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행정안전부 질의에서는 ‘대통령령으로도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정신이나 신체에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인 경우에만 공무원이 방문해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줄 수 있다(주민등록법 제27조의2, `신체적·정신적 장애정도가 심하여 자립하기가 매우 곤란한 장애인이 본인이 직접 주민등록증의 발급·재발급을 신청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해당 중증장애인, 그 법정대리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중증장애인을 직접 방문하게 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재발급 할 수 있다`).

독거노인은 거동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도 `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받기 어려워 방치되기도

이 씨 같은 경우, 비교적 인지가 정확할 때 `위험해도 신분증 신청을 위해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또 요양병원 측에서 구급차 비용을 부담해 신분증을 겨우 만들고 기초수급자 신청도 마쳤지만, 이마저도 안 되는 환자가 많다.

S요양병원 관계자는 "복지정책이 되어 있고 법도 있지만 정작 이 제도가 필요한 독거노인 중 기초수급자 같은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꽤 많다"며 "요양병원에 이런 환자들이 많은데, 우리 병원만 해도 독거노인 환자 40~50명이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산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부에 나갈 정도로 거동이 원활하지 않고 ▲기초수급자 요건에 해당되나 신청이 필요하고 ▲ 신분증을 분실해 재발급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는 직계가족이 존재하면 `본인이 못 오면 직계가족이 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도 현재로서는 동사무소 직원이 방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분증 재발급과 기초수급자 신청이 어려워진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요양병원에서도 `최소한의 치료`만 가능하다. 병원비 부족 때문이다. 말이 좋아 `최소한의 치료`지,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반이 없는 독거노인을 받는 요양병원이 손해를 떠안는 구조라, 이들을 받지 않는 요양병원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요양병원도 자선사업하는 곳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탁상행정을 할 게 아니라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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