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고치는 식물…코로나가 불 지핀 '천연물 신약'

김수진 기자

입력 2022-05-12 19:18   수정 2022-05-12 19:18

    <앵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난치병을 고치는 신약의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물 신약`은 부작용이 적어 장점이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는데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천연물 신약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라고 합니다.

    관련해 IT·바이오부 김수진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이 천연물로 만든 약은 기존의 약과 뭐가 다른겁니까?

    <기자>
    흔히 알려진 기존 의약품은 케미칼의약품(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이 있습니다.

    케미칼의약품은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든 약이고,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세포배양을 통해 만든 약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제라거나 진통제처럼 약국에서 흔히 보이는 약 대부분은 케미칼의약품이고요. 바이오의약품은 주사제가 많은데, 당뇨 환자들에게 필요한 인슐린 주사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물 췌장에서 분리한 인슐린으로 만든 약이죠.

    그런데 천연물의약품은 주로 식물 성분을 원료로 합니다.

    <앵커>
    대중적으로 접하고 있는 타미플루 같은 제품도 식물 성분을 원료로 하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길리어드) 잘 알고 계실텐데요. 이는 팔각회향이라는 식물을 원료로 한 천연물의약품입니다.

    신약 중에서도 천연물을 사용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국산 천연물 신약은 SK케미칼 조인스정, 동아ST 스티렌, 녹십자 신바로캡슐 등입니다.

    조인스정 같은 경우 2019년에 누적 매출액 4,000억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2010년경까지만 해도 이렇게 국내 천연물 신약 개발과 출시가 활발했는데요, 2015년 이후로 열기가 확 식었습니다.

    <앵커>
    저렇게 잘 나가는 천연물 신약 개발 열기가 왜 식은건가요?

    <기자>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졌다는걸 이유로 듭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0년 천연물 신약 개발·산업화 촉진을 위해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을 신설합니다. 또한 2002년에는 천연물 신약만을 위한 허가 요건과 심사 기준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로 신설했죠.

    그러나 2016년 재고시를 통해 `천연물 신약`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제출자료 범위 완화 혜택을 없애는 등 허가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개발이 힘들어질텐데요. 굳이 왜 이걸 개발해야 하나, 하고요.

    <기자>
    케미칼, 바이오 의약품과는 다른 특징이 있어서 천연물을 위한 별도 제도가 필요한데, 이게 없어진겁니다.

    관련해 이태후 단장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이태후 / 경희대학교 한방재료공학과 교수 :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도 (일반)약을 개발하는 프로세스와 프로토콜에 따라서 해라, 그러니까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매력이 떨어지는거죠. 그 뒤로 제약회사들이 다 약으로 안가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바꿨어요.]


    <기자>
    그냥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으로 개발하면 상품화도 빠르고, 규제도 적고, 매출도 더 잘 나오는데 왜 힘들게 약을 만들어야 하냐. 이렇게 되버린거죠.
    벤처기업같은 경우 투자도 잘 못받는 경우가 생겼고요.

    실제로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다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선회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꽤 있습니다. 휴온스 같은 경우도 지방간 천연물 신약 등을 개발하려다가 답보 상태라, 최근 천연물 관련해서는 신약보다 건강기능식품 쪽으로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요.

    이렇게 2015년 이후 국내에서는 천연물 신약 개발 분위기가 많이 식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천연물 특징상 부작용이 거의 없고, 다른 약과 함께 투여할 때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개발을 하는 회사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앵커>
    최근에는 코로나 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천연물 신약을 활발하게 개발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천연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관련해 국내 회사의 연구개발과 시장 자체도 활기를 띨 텐데요.

    박승원 기자입니다.

    <기자>
    대량 생산과 재배 등 관리가 어렵고,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유지하기 힘든 천연물 신약.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합성신약에 비해 부작용 물론, 개발비용도 적어 천연물 신약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항바이러스 효과가 높은 천연물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국내 기업은 모두 18개사.

    현재는 7개사만이 개발을 진행중인데, 이들 중 3개사가 천연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항바이러스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제넨셀의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자생식물인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물질에 대해 이미 동물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했고, 현재는 국내에서 임상2, 3상을 진행중인 가운데 첫 환자를 모집해 투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유럽 승인 역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성호 제넨셀 대표 : (천연물 코로나19 신약은) 해외에서 출시된 치료제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충분해 엔데믹 이후에도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2021년 10월26일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3상을 승인받았고, 이제 병원을 통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장수 제약사인 동화약품과 신약개발 전문 기업 비엘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기업 모두 국내 임상2상을 진행하는 등 천연물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안전성에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천연물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앵커>
    이렇게 천연물 치료제를 활용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데, 기업들 제품력이 좋은 것 만으로 시장이 활발해지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먼저 관련 전문가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여재천 /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 실질적인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산업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식약처도 조직적인 관리를 해주시고 새 정부에서는 관련된 규제를 완화가 아니라 철폐를 해주셔서…천연물 신약, 제품에 대한 확장성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천연물 신약이 기존 신약과는 다른 만큼, 별도의 인허가 체계를 만들어주는 등 규제에 있어 혜택이 필요하다는겁니다.


    중국과 비교해보면, 천연물 신약 개발이나 시장 규모가 상당하거든요. 정부가 관련 정책 마련이나 세금 감면 등 재정 혜택 등을 꽤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실 국내 천연물 신약 개발 기술이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습니다. 뛰어난 국내 벤처기업들의 천연물 신약이 사장되지 않고, 효과적인 국내 천연물 신약이 나올 수 있게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 마무리로 유튜브에 올라갈 영상 제목과 해시태그는 뭐가 좋을까요?

    <기자>
    제목은 `국산 천연물 코로나 신약 나오려면`, 해시태그는 `천연물 살려` `규제부터 넘어야` 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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