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그동안 경고했던 대로 가스관 차단에 나선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기존 비축분을 앞세워 선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가스관 추가 차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경우 에너지 가격을 더 밀어 올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가스관이 깔려 있는데, 이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공급된다.
가스관들은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꾸준히 가동됐다.
그러나 11일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운송 기업 GTSOU가 `소크라니우카 가스관`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의 가스 확보 전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GTSOU는 하루에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의 3분의 1 정도를 수송하는 소크라니우카 가스관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수송 중단 이유로 동부 격전지에서 러시아의 방해를 꼽았다.
그러자 러시아는 실제로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폴란드를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야말-유럽` 가스관까지 걸어 잠그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현재로서는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전쟁`에서 선방 중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에 차단된 가스관 비중이 유럽의 전체 가스 공급량의 2.3%를 차지하는 데 불과한 만큼 당장은 광범위하게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 안정적 재고 관리, 기록적이던 지난달 수입 물량, 온화한 날씨 등에 힘입어 시장 반응은 `완만한` 수준이라고 CNN은 짚었다.
원자재 시장 분석 업체인 ICIS 가스 분석가인 톰 마젝-맨서는 "시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꽤 원활하게 공급을 받고 있으며, 모든 상황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차단된 소크라니우카 가스관 말고도 서부에 있는 수드자 가스 시설에서 가스 수송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원자재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켄지 관계자는 이번 차단에 따른 영향이 경미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유럽은 가스 재고 목표를 간신히나마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악재는 가스관 추가 차단 가능성이다. 특히 향후 몇 주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헐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주 더 많은 유럽 에너지 업체가 러시아 대금 납부 시한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긴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가 대러 제재 위반인지 EU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2주간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 업체인 라이스타드 관계자는 유럽 업체들이 에너지 구매 통로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EU가 이른바 `구매자 동맹`을 결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한 공급 업체를 두고 여러 구매 업체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