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의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전체 시가총액이 반년 만에 1조달러(약 1천284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지난해 11월9일 6만7천802.3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지 6개월 만에 58% 급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7일 연속 하락한 비트코인은 이 기간에만 29% 떨어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시총 기준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역시 지난해 11월 최고점에서 60% 급락했다.
가상화폐는 지난해 테슬라의 15억달러 상당 비트코인 매수,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뉴욕증시 상장, 월가 금융기관들의 투자 허용 등에 힘입어 주류 투자수단의 반열에 올라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 가상화폐를 소유한 미국인 비율은 2015년 1%에서 지난해 16%로 급증했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한 데에는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를 비롯해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연동이 무너진 사건이 작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가상화폐 시장 전반을 움직이는 동력은 인플레이션 심화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이에 따른 위험자산 투매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조치가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와 기술주 등 위험자산을 포트폴리오에서 덜어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 열풍 속에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것은 `양날의 검`이 됐다.
원래 개인투자자들 간의 머니게임이었던 가상화폐 시장을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가 지배하게 되면서 하락기 때 손실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물가상승 우려로 가상화폐가 급락하는 현 상황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 헤지`(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회피를 위해 자산에 투자하는 것) 수단이 될 것이라던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플레이션이 절정에 달한 지난 1분기 코인베이스는 오히려 이용자 수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상장 직후와 비교해 82% 폭락한 상태다.
다만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현재 24시간 전보다 7%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3만달러 선을 회복했다. 전날 비트코인은 2020년 12월 이후 최저가인 2만5천달러대까지 찍은 바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이번주 주간 하락률은 각각 15%, 22%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3만달러 선은 비트코인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향후 비트코인이 반등폭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다시 3만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 추가 하락이 염려된다고 CNBC는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