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문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고유가 압박이 지속되자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계속해서 현지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러 직접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는 겁니다. 오늘도 백악관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대변인이 답변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양국 정상의 회동 시점은 이달 말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죠. 같은 날 나온 백악관 성명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찬사도 있었습니다. 분쟁 중인 사우디와 예멘이 휴전 기간을 늘리기로 한 데 대한 백악관 성명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 주도의 휴전 조건을 지지하고 이행하기 위해 빠르게 나서면서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문장이 명시가 됐습니다.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계신 투자자분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짐작하실 겁니다. 그동안의 맥락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도덕성을 강조해오면서 세계 안보 문제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를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왕세자를 `pariah`(국내에서는 `파리아`로 표기가 주로 되는데 발음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외래어표기법 상 퍼라이아로 표기하는 것이 더 적절해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빈 살만 왕세자를 마치 북한의 김정은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왕따`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대통령이 예전의 선거 공약을 뒤집은 셈이죠.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가가 낮아져야 하고, 유가가 낮아지려면 산유국 연합의 수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움직여야 하고, 사우디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그동안의 대립각을 수정해야 한다는 경제 외교 논리가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자 산유국 연합의 수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산유국 연합인 오펙+ 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넘는 증산 계획이 나왔죠. 7월과 8월 두 달 동안 하루 생산량을 64만 8천 배럴씩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 자체가 글로벌 원유 수급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게 워싱턴의 평가이기는 합니다. 미국보다 먼저 사우디 왕세자를 만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변수이기는 하지만, 월가에서도 오늘 장중 유가 상승은 미국의 원유재고 때문이지 산유국 증산 결정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다음 주 투자자들이 체크할 주요 이슈와 일정들도 종합해서 전해주시죠.
<기자>
일단 당장 내일 나올 미국의 고용보고서, 그리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PMI는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지표가 예상보다 조금 좋지 않아야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지고, 연준이 좀 좋지 않은 경제 데이터를 받아들어야 통화정책을 덜 매파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월가에 존재한다는 점은 참고하실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발표됩니다. 5월 CPI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8.1% 증가입니다. 여전히 높지만 전달의 상승률인 8.3%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5월에는 한 달 전과 비교해 유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도 변수로 고려해야겠죠. 오는 14일과 15일에 있을 FOMC를 앞두고, 연준 주요 인사들이 시장을 움직일 만한 발언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주가 다음주라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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