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동부 체르니히우주 한 마을 주민 300명을 한 달 가까이 지하실에 감금해 `인간방패`로 썼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최단 경로를 택해 병력을 신속히 이동했다. 개전 8일이 되는 날 키이우 북쪽 주요 도로가 통과하는 체르니히우주 야히드네 마을에 진입한 러시아군은 어린이 77명을 포함한 주민 300여명을 학교 지하실에 몰아넣었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면 이들 주민의 목숨을 손에 쥐고 공격을 막기 위해 러시아군이 주민들을 지하실에 가뒀다고 우크라이나 검찰은 보고 있다.
3월 말 러시아군이 패주하면서 이들 주민이 풀려났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갇혔던 지하실은 300명이 넘는 사람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이었다.
피해 주민 중 한 명인 올레흐 투라쉬(54)는 NYT 기자에게 "이게 우리의 강제수용소였다"면서 빛도 거의 없는 공간에 워낙 빽빽이 사람이 들어찼던 까닭에 영하의 겨울 날씨에도 서로의 체온만으로 보온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바깥 공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약자들은 호흡곤란으로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고 NYT는 전했다.
환각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학교 관리인 이반 페트로비치는 "어떤 사람은 `감자를 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알 수 없는 말을 주절거렸다"고 기억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야히드네 마을을 탈환했지만 지하실에 갇힌 주민 가운데 10명이 이미 사망한 뒤였다.
지하실 한쪽에는 오물이 담긴 양동이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지상에 있는 화장실도 쓰지 못 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넓은 방의 문에는 이 공간에만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36명이 갇혀 있었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당초 이 방에 갇혔던 사람은 139명이었으나 3명은 안타깝게도 긴 감금 생활을 견뎌내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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