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미래차, IT.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첨단 산업들이 요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사람이 부족해서입니다.
한 해 배출되는 전공 인력 자체가 적고, 그 중에서도 유능한 인재는 더더욱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합니다.
특별기획 <인재전쟁, 국가가 나서라>,
그 첫번째 순서로 억대 연봉의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의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정호진, 임동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대학생 시절 전산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은 물론, 강의평가 페이지를 만들어 `천재 개발자`로 이름을 알린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
이 대표가 말하는 프로젝트 성공의 비결은 풍부한 개발 인력입니다.
[이두희 /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 메타콩즈·실타래가 사실 되게 잘 되던 이유 중에 하나가 개발자를 적재적소에 저희가 계속 투입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개발력으로 이제 쭉쭉 치고 나갈 수 있을 때 치고 나갔기 때문에 성공하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T 회사들이 개발자 부족과 잦은 이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대표는 코딩교육 기관을 운영하며 필요한 인력을 직접 조달했습니다.
[이두희 /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 프로그래머가 다 필요했고 개발자가 필요했고 그런데 뽑으려고 봤더니 다른 직종보다는 훨씬 더 뽑기가 힘들었고 그리고 워낙 이제 수요가 많다 보니까 이직도 굉장히 잦게 일어나는 쪽이 또 개발자거든요. ]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입니다.
전국의 IT 개발자들이 이 곳을 찾지만, 판교는 여전히 인재에 목마릅니다.
다른 지하철 역과 달리 판교역에서 눈길을 끄는 건 구인 광고입니다.
곳곳에 개발자를 찾는다는 광고가 걸려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이들은 이른바 `S급` 인재, 즉 최고 수준 개발자입니다.
[김성우 / 크래프톤 인재채용팀장 : 소위 말하는 잘하시는 개발자를 원하는데 그런 개발자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대기업과 우리 크래프톤과 또 여러 가지 IT 기업들, 또 스타트업들이 굉장히 경쟁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수한 개발자는 어떤 역량을 갖췄을까.
가장 중요한 건 간결하면서도 오류 없는 코딩 능력입니다.
마치 운동선수의 기록처럼 실력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고 개발자가 짠 코드와 평범한 개발자의 코드를 구분하는데에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창렬 / 넥슨 인사실장 : 간결하게 구현할 수 있는 코딩을 짜시는 분? 이런 분들이 가장 아마 좋은 역량을 가지신 분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 같긴 한데…]
팀 단위로 이뤄지는 개발 업무의 특성상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필수입니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개발자들의 스펙도 살펴봤습니다.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올해 1분기에 이직한 연봉 2억원 이상의 개발자 10명을 분석해 봤습니다.
경력 10년 전후가 80%였고, 나이 대는 30대 후반이 가장 많았습니다.
모두 IT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그중 절반은 박사 학위 취득자였습니다.
모든 기업이 원하지만 실력있는 개발자의 수는 한정돼 있습니다.
국내 인재풀 자체가 좁다는 설명입니다.
[IT업계 관계자 : 실질적으로 어떤 대학에서 100명 정도가 졸업한다고 봤을 때 유수의 IT 기업, 그런 기업에서 원하는 개발자분들은 한 20% 정도 수준이죠.]
국내 상위 15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등 IT 관련 전공 졸업생 수는 한 해 3,300여명.
판교에만 1000여개 IT 기업이 있으니 한해 뽑을 수 있는 인력이 3명 밖에 안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더욱이 기업이 원하는 자질을 갖춘 졸업생은 20% 수준. 한해 7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전국의 우수한 개발자들이 몰려드는 판교에서 조차 1개 기업이 1년에 1명도 뽑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IT 인재들을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파격적인 급여는 기본입니다.
억대의 스톡옵션과 사이닝 보너스.
실력있는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IT 기업들이 내걸고 있는 조건입니다.
[정창렬 / 넥슨 인사실장 : 가이드라인이 있긴 한데 일정 이상의 비율을 초과해서도 해당 조직장 또는 본부장이나 대표이사 승인을 거쳐서 필요하면 연봉을 조정해 줄 수 있는…]
대어를 잡기 위해 기업들의 지갑은 점점 더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연봉 2억원이 넘는 개발자들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 인력의 몸 값은 천정부지입니다.
[방현배 / 히든스카우트 대표 : AI 중에서도 자연어 처리나 뭐 이미지 편집, 자동편집이죠. 그리고 자율주행. 이런 분야는 뭐 말도 없을 만큼, 사람도 없고. 연봉도 높고요. 어떤 대기업이든 다 뽑으려고 합니다.]
파격적인 복지도 기본입니다.
완전재택근무, 1개월 유급 휴가 등 눈에 띄는 혜택 외에도 쾌적한 어린이집, 질 높은 간식 등을 통해 인재들을 사로잡습니다.
무작정 몸 값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들은 직접 판교에 거점을 만들거나 개발자 대회에서 아직 수면 아래에 있는 실력자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KT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판교 신사옥을 미래 융합기술 개발은 물론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협업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네이버와 LG 등은 기획·개발자들의 대회인 해커톤의 수상자에게 입사 지원 시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인재 품귀에 떡잎부터 공을 들이는 겁니다.
[하정우 / 네이버 클로바 AI랩 연구소장 : 우수 성적을 받은 분들은 인턴십 지원을 하실 때 서류, 코딩테스트 다 면제하고 바로 인터뷰를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이렇게 진행을 하고 있고요. 그렇게 인턴십을 해서 또 좋은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를 모으시거나 이분은 꼭 붙잡아야 되겠다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정규 전환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는 거죠.]
인재 확보전이 `쩐의 전쟁`으로 흐르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지난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430억원, 30% 증가하며 1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10년 만의 적자 입니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인건비가 43%나 늘어 등 영업이익률이 1년 전보다 3%p 이상 줄었습니다.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뽑아 놔도 금방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개발자에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에 비개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입니다.
IT 기업들은 매 프로젝트 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르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스스로 개발자를 육성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즉, IT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기업 간 총성없는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앞으로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임동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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