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더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16% 가량은 초고금리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신용자의 절반 이상은 불법적인 금리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7일 저신용자(6∼10등급) 7천158명과 우수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저신용자의 57.6%는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사전에 알고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떠했냐`는 항목에는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53.0%로 전년 대비 9.6%포인트(p) 늘었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응답 비율도 43.4%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하향 조정되자, 대부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저신용자에게는 대출을 공급하기 어려워진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대부업체에서 법정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8.4%는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 25% 가량은 매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한다는 응답자도 전년보다 늘어 16.2%에 달했다.
대부업체를 통한 자금 용도에 대해서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라고 응답한 비율이 43.6%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신용카드 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라고 응답한 비율이 23.9%로 뒤따랐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결과를 통합해 추산한 결과,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천∼5만6천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한 금액은 6천400억∼9천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 소외 현상을 방치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므로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단기 소액대부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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