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받은 무거운 냉장고를 5층 빌라까지 힘들게 들고 올라갔는데, 그 집 현관 앞에 다른 이가 배송해놓은 소형 쿠팡 택배물품들, 예전에는 내가 배송했던 것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며 너무 서럽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났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본부(한진택배노조)가 한진에 위탁을 맡긴 물량을 대거 회수해 간 쿠팡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쿠팡은 배송이 쉬운 짐들은 자체 배송하고, 생수나 냉장고 같은 배송이 어려운 짐만 한진에 위탁하고 있다"며 "앞으로 쿠팡 물량을 전면 배송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진택배노조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한진택배에 위탁했던 월 350여만개의 물량을 한꺼번에 회수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생계 곤란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쿠팡은 그동안 한진에 위탁했던 택배 물량 중 절반 수준을 지난 14일부터 자체 배송하기로 했다.
한진은 매달 쿠팡으로부터 740만 박스를 위탁받아 배송해왔는데, 이달부터 매달 370만 박스 수준의 배송 물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날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빠져나가는 물량은 한진 전체 물량 중 8%, 중소도시와 군 단위에서는 40~70%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라며 "이미 쿠팡물량이 빠져나간 지역은 배송 물량의 50% 가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업이 자사의 물량을 자사 택배로 배송하겠다는 것을 막을 순 없다"면서도 "택배 노동자 생존권 문제에 대한 고려와 배려 없이 폭력적으로 물량 회수가 강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진택배노조는 쿠팡이 남겨놓은 배송 물량에 대해서도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쿠팡이 생수, 운동기구, 냉장고, 소파 등 배송하기 힘든 짐들은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진택배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것도 모자라, 쿠팡이 배송 어려운 짐을 처리못하는 상황에 대한 뒤치닥꺼리까지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물량은 빼앗아가면서, 힘든 짐은 떠넘기는 쿠팡의 몰염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오늘(27일)부로 쿠팡 물량 배송을 전면 거부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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