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 물가안정 대책의 하나로 커피 원두 수입시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내년까지 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부가가치세 면제만으로는 커피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커피 값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뭡니까?
[기자]
많이 체감하고 계시겠지만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수치로도 확인이 되는데,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5.4%나 오른데 이어 6월에는 6%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6월 경제 상황을 전망하면서 "6월부터 8월 사이 6%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기간 고물가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정부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았고, 여기에 커피 값을 안정시키고자 수입 커피 원두(생두)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포함시킨 겁니다.
커피의 경우 식사하고 난 뒤 많이들 드시잖아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고 할 정도인데, 실제로 한국인 성인 1명의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을 마신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세계 성인 1인당 커피소비량이 연간 132잔인데 이와 비교해 보면 2.7배나 커피를 더 마신다는 겁니다.
이 처럼 커피가 이제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생필품 처럼 여겨지다 보니 이번 민생안정 대책에 포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커피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면 실제로 커피값 내려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커피에서 생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생두 원가가 대략 200~500원 사이인데, 4천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팔아도 면세 혜택을 보는 건 많이 잡아야 50원, 1%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생두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아라비카 원두 국제 가격은 2년 전 1톤당 2,455달러였는데, 올해 5,071달러로 2배 가량 올랐습니다.
로브스터 원두도 같은 기간 69% 올라 톤당 2181달러에 거래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면제돼도 생두 수입업체들이 공급가격을 내릴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게 업계 설명입니다.
유통마진 등 고려하면 결국 커피전문점에 돌아올 혜택이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앵커]
커피 전문점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면세 효과가 소비자한테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볶은 원두는 면세 대상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볶은 원두를 수입해 사용하는 곳이 스타벅스 거든요.
커피 전문점 업계 1위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상당한데, 면세 대상이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면세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죠.
여기에 SPC나 이디야처럼 생두를 수입해서 쓰는 업체들, 면세 조치로 부가가치세를 절감할 수는 있지만 다른 인상 요인들이 너무 크다는 입장입니다.
또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만 팔지는 않잖아요. 라떼나 다른 음료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재료도 많이 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등 원두 가격 말고도 비용 인상 요인이 한 두가지가 아닌 상황인거죠.
단순히 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고 해서 제품 가격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커피 믹스를 제조하는 동서식품 같은 회사도 같은 이유로 원가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정부는 커피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다면서요?
[기자]
네. 국내 수입되는 커피 원두 부가가치세는 다음달 1일부터 내년 말까지 면세됩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주에 생두 수입 업체들에게 부가가치세 면제분 만큼 인하된 가격으로 커피 판매점에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상태고요.
이번주부터는 현장 점검 형태로 물가안정 대책이 시장에 잘 반영되는지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죈다는 방침입니다.
당장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커피자영업자들은 쥐꼬리만한 면세 혜택을 대책이라고 내놓으면서 물가가 오른 것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 넘기는 꼴이라는 거죠.
커피가격이 내려갈 것 처럼 정부가 홍보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인하 기대감을 키운 것도 한 요인인데요.
정부가 가격 인하하라고 세금깎아줬는데 가격을 왜 안내리냐,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에 직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내심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실제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현장을 모른 탁상행정에 그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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