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유통공룡` 쿠팡의 위탁 물량 회수
그동안 쿠팡은 로켓배송 물량 중 일부를 한진에 위탁을 맡겨 배송을 진행했다. 위탁 배송 물량은 월 720만 박스 규모, 한진 전체 배송 물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양사의 협력 관계는 쿠팡이 차츰 물류 역량을 갖추며 틀어지기 시작했다. 쿠팡이 한진에 위탁을 맡긴 물량 중 상당수를 회수하기에 이른 것. 당장 6월 중순부터 쿠팡이 자체 배송하기로 결정한 물량은 약 370만 박스다.
쿠팡의 물량 회수는 한진의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한진 택배노조는 "쿠팡 물량이 줄면서 배송 물량이 크게 줄었다. 빠진 물량을 채울 대안을 마련하라"며 한진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쿠팡에 대해서도 비판에 나섰다. "대규모로 물량을 빼앗는 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쿠팡 위탁 물량의 배송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쿠팡과 한진은 오는 2023년 5월까지 계약이 남아있다. 하지만 `한 달 전 통보시 위탁한 물량을 회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돼 있어 나머지 물량도 언제든 회수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승: 노삼석 대표의 `전략적 실언?`
한진은 28일 미래 성장 전략을 공유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한진과 쿠팡의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한국경제TV는 마지막 질문을 경영진에 던졌다. ▲쿠팡이 위탁 배송 물량 중 절반을 회수했는데 나머지 절반의 회수 시점은 정해졌나 ▲기성 물류 기업으로 보기에 물류 기업 쿠팡을 어느 정도 경쟁상대로 보는지 등이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쿠팡이 떠나는 건 예상한 일이었다. 쿠팡의 사업 방식을 알고 있고, 예상한 시기에 물량을 회수해 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답했다. 쿠팡이 회수해 간 물량이 월 300만 박스 정도인데, 월 250만 박스의 신규 물량을 유치해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면서 쿠팡의 가격인하 요구 사례를 폭로했다. 쿠팡이 한진 측에 "가격을 20% 이상 다운을 시키지 않으면 계약 연장을 못 해주겠다"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쿠팡 물량회수의 계기가 쿠팡의 단가 후려치기에 단호하게 대응한 결과였다고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 전: "20% 내려달라고 해서 떠났다" 보도…사실은
이 발언 이후 일부 언론은 "쿠팡이 단가를 20% 내려달라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고, 쿠팡이 위탁 물량을 자체 배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한진은 노 대표의 발언은 최근 불거진 월 300만 박스 자체 배송을 언급한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 기자회견에서 노 대표의 발언은 이랬다.
"한진이 중국발 전자상거래의 쿠팡 물량을 독점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광저우 쪽에서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했는데 1년 만에 저희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요구 사항이 뭐냐 하면 가격입니다. …(중략)… 저희가 1년 동안 온갖 노력을 해서 셋업을 시켜놨는데 셋업을 시키자마자 떠나면서 `가격을 20% 이상 다운을 시키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 못 해주겠다` …(중략)…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다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쿠팡이) 언제 나갈까, 저희가 예상했던 시기대로 나갔고요."
여러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발언이었지만, 노 대표가 밝힌 `쿠팡의 가격 20% 인하 요구`는 과거 한진과 쿠팡이 중국에서 추진했던 중국 직구 사업에 관한 것이지, 최근 국내에서 쿠팡이 자체 배송을 결정한 사안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 결: 조현민 "나도 쿠팡 애용한다" 수습…쿠팡 "황당하다"
노 대표의 전략적 실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 대표는 "쿠팡이 직접 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쿠팡의 배송은 `집하`가 없어 굉장히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한 것. 집하란 배송할 택배 물량을 수거해 집하장 같은 한 장소에 모아두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직은 협력관계에 있는 쿠팡의 경쟁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린 발언이다.
쿠팡의 단가 인하 요구, 쿠팡의 배송 경쟁력 등 쿠팡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자 조현민 사장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조 사장은 "쿠팡은 한진의 아주 소중한 고객"이라며 "저도 쿠팡을 쓰기 때문에 쿠팡이 꼭 잘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고객이자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브랜드"라며 "꼭 흑자를 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웃으며 덕담을 전했다.
조 사장의 이같은 수습에도 쿠팡은 "황당하다"며 몹시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20% 이상 단가 인하요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최근 1년간 3차례나 지급 단가를 인상했다"고 강조했다. 한진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허위라는 얘기다.
쿠팡은 비밀유지 조항이 있는 기업간 계약에 해당하는 내용을 상대 회사의 대표가 공개한 것에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쿠팡 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타사와의 계약조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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