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관리 전주만 1천만개, 시장 사실상 무한대"
창업진흥원, 분사창업 든든한 조력자 역할 톡톡
길을 걷거나 건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불의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이른바 `스몸비`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 폭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전방 주시 정도도 85%나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시설을 확대 설치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런 가운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로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 "안전하지 못한 안전보호대, 누군가는 해결해야"
에스비코리아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핵심 사업은 전주에 설치하는 안전보호대 제조다. 탄소중립 기본법과 중대재해 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친환경 전주 안전보호대를 개발해 한국전력공사의 사내벤처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주 보호대 시장은 적잖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종의 레드오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만 대표가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확실한 제품 차별화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사용중인 전주 도색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제품인데 오히려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주와 밀착돼 습기가 제거되지 않아 콘크리트 전주가 부식돼 대형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바닷가 근처나 해풍을 맞는 곳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김 대표는 "염해지역과 화학단지 그리고 수분이 많은 지역에 설치된 일부 제품은 부식돼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교체가 잦아 예산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색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엠보싱 처리 없이 학교 주변이나 노약자 보호지역에 설치된 제품은 언제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위험요소다. 날카로운 고정밴드가 돌출된 부위는 보행자는 물론 작업자의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폐플라스틱 활용, 환경은 보호하고 가격은 낮추고
시장과 제품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에스비코리아가 역점을 둔 것은 소재였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재료의 90%를 폐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여기에 신소재를 혼합해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했다. 표면에는 별도의 신소재를 활용해 외부의 원적외선을 차단해 탈색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화학과 소재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던 김 대표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각오로 관련 서적과 사투를 벌였고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김 대표는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사내벤처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1년여 시간 동안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완성품이 생산되지 않아 실망과 좌절이 계속되기도 했다"며 "결국 25번의 끈질긴 도전 끝에 완성품이 나왔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한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가고 있는 사내벤처 모범 사례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품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정부과제에 선정됐고 녹색인증 취득을 진행하고 있다.
● "시장은 사실상 무제한, 생활 주변 모든 곳에 기회"
대한민국 전주, 전봇대의 상당수는 한전이 보유하고 있다, 약 1000만 본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납품의 비중이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
이밖에 통신주와 지차체가 설치 운영하는 가로등과 신호등도 에스비코리아가 진출을 준비하는 사업 대상이다. 도로변의 가드레일, 굴곡된 도로의 벽면 보호대 등으로 제품을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해외 시장 공략은 창업 초기부터 함께 고려했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녹색인증은 필수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추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시장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변수를 만났지만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창업진흥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분사창업 일등공신"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진흥원의 지원이 분사 창업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은 대·중견·중소·공기업의 혁신 역량을 활용해 발굴한 사내벤처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개방형 혁신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웅제약, 한국전력공사 등 71개 운영기업이 선정돼 내부 혁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사내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운영 기업이 사내벤처를 추천하면 시제품 제작에 소요되는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지원은 벤처팀의 유형에 따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추천형은 운영기업이 추천한 사내벤처팀 및 3년 이내인 분사기업, 개방형은 운영기업 외 이전 직장의 재직 경험을 보유한 3년 이내인 분사기업, 그리고 분사창업 이후 단계에서 검증, 고도화, 확장 등 실증이 필요한 기업은 포스트로 분류했다.
실질적인 자금 지원과 이에 따른 검증도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 창업아이템 사업화를 위해 소요되는 자금 최대 1억원 지원하며 시험ㆍ인증, 소비자 검증, 액셀러레이터 매칭 등 사업화 후속에는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이밖에 멘토링, 모의IR 진행 등을 통한 사내벤처 분위기 조성 및 문화 확산도 창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