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최근 잇단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발주량에서도 중국을 제치고 4년여 만에 1위를 탈환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최대 호황을 맞이한 상황에 대우조선해양이 돌연 비상경영을 선포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산업부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송민화 기자 나왔습니다.
송 기자. 모처럼 만에 국내 조선업이 활기를 띠고 있잖아요? 그런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고요?
<기자>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6일, CEO 명의의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담화문에서 그는 "최근 수주 회복으로 오랫동안 짓눌려왔던 생산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경영정상화의 희망을 품었지만 이런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며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다음 날인 7일에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금 피해가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전체 조선업으로 확산해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서 "국가 기간산업에서 벌어진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질서를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앵커> 조선업 호황인데 왜 CEO가 나서 비상선포 인가요?
<기자>
영상을 먼저 보겠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모습입니다.
1번 도크장에서 작업자들과 파업에 참여한 거제, 통영, 고성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입니다.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요. 선박 안쪽으로 진입하려는 작업자들을 노동자들이 못 들어가게 막아 세우거나 얼굴에 소화기를 뿌리는 등 과격한 행동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22일부터 노동자들이 원유 저장 시설 난간에 올라 끝장 농성을 벌이거나 탱크톱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에 들어가 옥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불법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거제, 통영, 고성 하청지회 소속 노조원들입니다.
대우조선해영 사내 협력사 22곳의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는 노조인데, 지난달 2일부터 이들 중 1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앵커>
강성 노조 파업 종종 있는데, 비상경영까지 선포할 상황인가요?
<기자>
진수를 해야 하는 도크를 점령한 점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수는 배를 선사에 보내기 전에 미리 물에 띄워보는 마지막 테스트를 말합니다.
대우조선해양측은 과거 강성 노조와 대치를 하더라도 도크는 양측이 불문율로 정해놓고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수 과정을 못 하게 막으니까 선박 인도가 지연됐고 이 같은 사태가 계속되면 큰 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지회 불법파업에 따른 진수 지연으로 하루 매출 감소는 260억 원, 고정비 손실은 60억 원 등 하루 32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이렇게 발생한 손실만 2,800억 원이 넘고, 여기에 인도 일정을 맞추지 못해서 발생한 지체보상금까지 더하면 3천억 원이 넘을 전망입니다.
또 불법 점거 장기화로 작업 진행이 안 되고 다른 호선까지 지연된다면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앵커>
병원이 문을 닫아도 응급실은 열어두는 법인데, (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서서 하는 요구는 무엇인가요?
<기자>
작년 실적이 좋았으니 임금과 상여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가장 우선입니다.
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인상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불법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거통고 하청지회 소속 노조원들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도 아닌 데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도 100여 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2만 명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소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체에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다 보니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러한 내막을 알리기 위해 오는 11일부터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파업 관련 호소문을 배포하고, 협의 주체인 협력업체협의회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하청노조 불법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앵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는 회사지요?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작년 한국조선해양으로 매각이 추진됐지만 막판에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어 지금은 다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수주 목표를 달성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외주비용 상승 등 여파로 지난 1분기 영업 손실은 4,70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선주와 관계에서도 이번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어 올해도 호실적을 낙담하긴 어렵습니다.
어렵사리 경영정상화를 위한 호기를 맞았는데 파업에 막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