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분기 반토막…빅스텝에 하반기도 빙하기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7-14 18:58   수정 2022-07-14 18:58

    <앵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건설사들은 저조한 실적을 거둘 전망입니다.
    여기에 사상 첫 빅스텝 충격까지 덮치며 향후 실적 반등을 점치기 어려워졌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2분기 건설사들 실적 전망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증권가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증가한 건설사도 모두 컨센서스는 밑돌 전망인데요. 건설사별로 적게는 200억원, 많게는 800억원이 컨센서스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통 건설사들 분기별 영업이익이 2천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반 넘게 깎이는 셈입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가 컸던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조정폭이 클 전망입니다.
    <앵커>
    거의 어닝쇼크 수준인데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급등한 원자재 가격입니다.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택 착공과 분양이 줄었습니다. 지난 5월 기준 주택 착공 실적은 약 3만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넘게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짓는 현장에서도 남는 게 없습니다.
    철근과 레미콘, 콘크리트를 포함한 건설자재물가는 지난해 이후 30% 넘게 치솟았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 원가율도 최대 5% 포인트 오를 전망입니다.
    그러면 이 중에서도 왜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실적 감소폭이 두드러지느냐.
    원가 부담 상승은 국내외를 막론한 현상이죠.
    공사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은 해외 현장의 경우 공기 연장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데요.
    이 두 건설사가 이라크에 짓는 정유공장 한 곳이 현지 재정난과 내전, 코로나19 등으로 준공이 무려 6년이나 밀렸습니다.
    못 받은 공사 대금도 합산 2천억원 정도 되는데, 완전히 떼이진 않겠지만 금액이 크다보니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두 곳의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많이 깎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래도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고, 새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감지되는 만큼 숨통이 좀 트일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분양가 상한제 완화로 분양가를 4% 정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원가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는 있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다음 달 250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잡혀 있는데, 이 중 도시정비사업으로 공급될 물량이 4분의 1 정도 됩니다.
    정부는 이 물량을 도정사업 관련 규제를 풀어서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계산이고요.
    따라서 현재 재개발이나 재건축 위주로 주택 사업을 펼치는 건설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숨을 다시 쉬어보기도 전에 더 큰 게 오고 말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나 오른 겁니다.
    <앵커>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고된 악재 아닙니까?
    <기자>
    일단 지난해부터 금리가 인상되고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 자금을 대출 받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부동산 매수 여력이 급감한 상황입니다.
    매수세가 없으니까 기존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신규 주택 가격과의 괴리가 좁혀지면서 분양시장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청약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나올 정도니까요.
    지금도 기존 주택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서울 기준 아파트 매도 물량은 11만가구로 1년 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도 한달에 50가구가 채 나오지 않던 서울 미분양 주택도 3월 이후 급증하고 있고요.
    바로 이런 상황에서 DSR 규제는 3단계로 더욱 강화되고, 빅스텝 악재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을 넘어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건설사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아파트는 착공만 되면 매출에 잡히기 때문에 미분양이 당장 실적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공사를 할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공사비를 충당한 뒤 발주처로부터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 받기 때문에 분양이 잘 안 된다면 돈을 제때 받지 못하고, 따라서 유동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유동성이 나빠지면 차후 신규 수주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때 자금이 부족해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이 지속되는 악성 미분양이 쌓인다면 그 정도는 더 심해질 겁니다.
    즉, 늘어난 원가 부담이 건설사에 바로 타격을 준다면, 미분양은 건설사의 숨통을 서서히 죄는 셈입니다.
    <앵커>
    정리하면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정책적으로 주택 공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도 금리가 너무 올라서 건설사들은 좋다 말았다. 이렇게 이해가 되는데요.
    앞으로 실적과 주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악의 경우 아직도 바닥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이 올해 목표치는 물론 지난해 물량 대비로도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삽을 떠야지만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 수주해도 실적 반영 시점은 3~4년 뒤, 빨라야 2년 뒤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됐다고 해도 원가 부담이 줄어든 게 아니라 증가폭이 둔화된 것일테고, 덩달아 금리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정책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밀린 착공이 하반기라고 엄청나게 늘기는 힘들다는 거죠.
    높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발주처들도 발주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고요. 따라서 해외 실적도 의미있게 성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건설사들의 매출총이익률(GPM)은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조정도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올해 착공이 밀리고 해외에서도 특별한 수주를 따내지 못한다면 주가가 지금보다 20% 추가로 더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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