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사업부(펩리스)를 분사하고 상장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쪼개기 상장’으로 기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는 방안을 막기 위해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DB하이텍은 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걸까요?
문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사업을 떼내어 신설 법인을 만든 뒤 상장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설계 사업부를 분리해 각 분야의 전문성과 성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DB하이텍 주가는 15%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보였습니다.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때처럼 알짜사업 분사로 모회사 기업가치가 희석될까 걱정합니다.
정부는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에서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를 막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소영 /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물적분할을 진행할 때 자회사 상장계획 등 기업의 구조개편 계획과 주주보호방안을 공시토록 하고, 모회사가 주주보호를 위해 얼마나 충실히 노력했는지 심사해 미흡할 경우에는 상장을 제한할 것입니다.]
금융당국 규제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DB하이텍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는 이번 분사가 반도체 사업 다각화 같은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 이슈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DB Inc.(이하 DB)는 지난해 DB하이텍 등 자회사 주식가치가 전체 자산의 50%를 넘자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았습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 DB는 현재 12.4%에 불과한 DB하이텍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DB는 당장 3천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한데,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 자산은 단 845억원.
부족한 현금으로 어떻게든 지분율을 높여 지주사가 되거나, 반대로 지주사 기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낮아져야만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김규식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 물적분할 하면 뭐든 간에 주가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 명백한데, (이를 통해) DB가 DB하이텍의 지분을 늘릴 수도 있고, 지주사 강제 전환을 회피할 수도 있죠. (특히) DB하이텍의 주가가 많이 내려서 DB의 자산가치에서 자회사들의 가치가 50% 미만으로 내려가면 다시 지주회사에서 자동 해제돼요.]
이에 DB는 "분사는 오래전부터 검토한 것으로 지주사 전환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소액주주의 성토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도 나서 대책을 마련하는 지금, DB와 DB하이텍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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