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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문 닫은 10년, 사회적 비용이 더 들었다" [전효성의 유통인싸]

전효성 기자

입력 2022-07-26 09:07   수정 2022-09-28 18:35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니 폐지해야 한다", "대형마트를 쉬게하는 건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한국경제TV는 양준석 한국규제학회장(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10년간 이어져 온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되짚어봤다.》

Q.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된지 10년이 지났다.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주말에 열지 못하게 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규제했다. 하지만 원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으며 가까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판단한건데, 갈수록 쇼핑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결국 대형마트, SSM, 전통시장 모두가 수혜를 보지 못한 셈이다. 당연히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으로 손해를 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그 피해가 예상보다 더 커진 것이다."

Q. 의무휴업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목적은 소규모 골목 마트를 도와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골목 상권이 활성화됐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 대형마트를 일요일에 열어주는 게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를 푼다고 하면 `골목시장이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가 나올거다. 하지만 10년 간 대형마트를 규제했는데도 전통시장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전경련의 조사(2020)에 따르면 마트 휴무시 쇼핑 대안을 묻는 질문에 `전통시장에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마트 대신 슈퍼마켓(37.6%), 온라인 쇼핑(14.7%), 편의점(11.3%)을 찾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Q. 대형마트 규제를 푼다면 소상공인의 반발이 적지 않을텐데.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면 소득을 보전해준 뒤 경쟁을 허용하는 게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좋은 효율적인 답이다. 하지만 소득을 보전해주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통해서 골목 상점에 일종의 독점권을 준 거다. `의무휴업일에는 대형마트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 문제는 문 닫은 대형마트는 보상을 받지 못했고, 소비자 불편이라는 사회적 피해도 생겼다.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도 약해졌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일부 소득을 지원해주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주되, 경쟁은 허용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Q. 대형마트 규제가 유통산업을 퇴보시켰다고 보는 건가.

"망 산업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 유통산업도 마찬가지다. SSM(기업형슈퍼마켓)은 어떻게 중앙 창고에서 각각의 SSM으로 물건을 전달하느냐 이런 것이 망이다. 유통망을 세울 때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단 망을 세우면 고객 한 명이 더 방문올 때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적게 든다. 이런 측면에서는 골목 상권이 SSM, 대형마트와 경쟁이 어렵다.

그렇다면 골목상권은 지역에 특화된, 고객을 잘 알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대형마트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통 시장에 금전적인 지원을 해서 전통시장의 특수성이나 지역 특화성, 경쟁력을 키웠어야 했다. 그 다음에는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돈을 주는 대신 마트를 문 닫게 하는 방식으로 독점권을 줬다. 그러면서 골목 상권의 경쟁력을 키울 시기는 지나가버렸고, SSM과 대형마트 모두 온라인 쇼핑에 뒤쳐지게 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Q. 결국 대형마트 규제가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보나.

"정치적인 결정, 재정적인 결정이라고 본다. 전통시장 자영업자에게 사회적 보호망을 만들어 주는 과정은 아무래도 돈이 든다. 그런데 `일요일에 대형마트에서 쇼핑하지 말아라` 이런식으로 접근하면 일단 정부 차원에서 돈이 안 든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소비를 하지 못하는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정부 돈이 안 들기 때문에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돈을 들여 전통시장에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독점권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고, 사회적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정책을 택한 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말 휴무 하루당 약 158억원의 농수산물 매입이 줄어든다. 이는 대형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 납품업체의 피해로 돌아온다.
Q. 의무휴업 폐지 논란을 둘러싸고 갈등이 치열한데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강조하고 싶은 건 더 이상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 마트와 오프라인 마트의 싸움이다. 그리고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SSM과의 경쟁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많다는 점이다. 동네에 더 가깝고, 지역 친화적이기 때문에 동네에서 뭐가 필요한지, 조금 더 민감하게 취급할 수 있다. 많은 상품을 가져다 놓을 수는 없어도 해당 지역에서 많이 쓰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근거리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 뒤에 배달되는 게 아니라 2~3시간이면 배달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을 살린다면, 이런 장점을 키우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대형마트, 온라인 마트와도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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