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사실상 중단했던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와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이익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운명 공동체 건설은 양국 국민 마음의 소리이자 보편적 기대"라고 말했다. 또 조코위 대통령은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지역 평화와 글로벌 발전에 더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심화, 다자주의 강화 등을 담은 공동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 관계가 중대한 전략적 의미와 심원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최근 들어 전례 없는 세계적 변화에 정치·경제·인적교류·해양 사업 등 4대 축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공동 발전을 이루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새로운 5개년(2022~2026년) 실행 계획의 수립을 가속화하고, 양국 외교장관을 통해 운명공동체의 요소와 원칙에 대해 진일보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와 인도네시아가 추진하는 글로벌 해양거점 구상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갱신하고, 백신과 유전자 관련 공동연구, 녹색발전, 정보교환과 법 집행, 인터넷 보안 역량 건설, 해양 문제, 인도네시아 파인애플의 대중국 수출 등 영역에서의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연결하는 고속철도 사업을 예정대로 마무리하는 것을 양국의 주력 사업으로 삼고 지역 종합 경제 회랑 건설과 같은 보다 전략적인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또 11월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것을 초청했고, 시 주석은 이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회의의 원만한 성공을 축원했다고 공동성명은 전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10월 중 개최 전망인 20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한 뒤 11월 15∼16일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약 2년 10개월만에 외국 방문을 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두 정상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감안,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념사진 촬영을 했고, 악수하는 장면은 중국 중앙TV(CCTV) 화면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회담장에서는 양측이 상당한 거리를 둔 채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만 마스크를 벗고 나머지 배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담에 임했다. 회담에 이어 양 정상은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함께 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조코위 대통령은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으로 기록됐다.
이번 회담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부분 영상으로 진행되어온 중국의 정상외교가 대면 방식으로 정상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올해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각국 정상들을 주최국 정상 자격으로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2년 반 동안 대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한국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시 주석의 한국 답방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터에 이번에 외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것 자체가 중국의 방역 정책및 그와 결부된 외교의 형식 면에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은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국을 찾은 외국 외교장관 등과의 대면 회담을 베이징이 아닌 지방에서 개최하는 등 수도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이번에 조코위 대통령은 중국 도착(25일) 다음날 정상회담에 임한 만큼 사실상 격리 없이 베이징에서 활동했다. 그런 만큼 조코위의 방중을 계기로 베이징이 그간 방역을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각종 외교 활동과 국제 비즈니스 활동 개최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이게 될지 관심을 끈다. 일부 중국 매체는 중국이 현재 열흘인 해외발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사흘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8월 중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방이 아닌 베이징에서 카운터파트인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게 될지 주목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도 만났다.
25일 동아시아 순방의 첫 기착지인 중국에 도착한 조코위 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로 이동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난 뒤 같은 날 서울로 이동,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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