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 여객기에 자폐증 증상이 있는 성인 아들과 탔다가 기장의 요구로 이륙 전 여객기에서 내려야 했다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항공사의 조치가 과했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승객들의 불안감 해소와 안전을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는 엇갈린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9일 대한항공과 A씨의 블로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에 자폐성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탑승했다.
A씨는 블로그에서 "탑승 수속 때도 자폐임을 밝혔고, 탑승 대기실에서도 `우리 아들이 자폐예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탑승했다"며 "아이가 답답했는지 밖으로 도망 나갔고 여승무원 하나가 남직원에게 쫓아가라고 해서 오히려 아이가 놀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약을 처방받아 왔기 때문에 약을 먹였었다. 약효가 다 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당연했다"며 "그동안 아이는 총 4차례 일어나서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괴성을 지른 것도 아니고 손을 흔드는 상동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며 "승무원에게는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혀 없는 아이다.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아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승무원이 내리라고 했다. 컨트롤이 되는 아이고 약을 먹여서 곧 잘 거라고 했지만, `기장이 한번 정하면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며 "황당했다. 고함을 지른 것도 아니고 이상한 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난 것 때문에 쫓겨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대한항공은 다른 모든 승객과 동일하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승객도 탑승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당시 A씨의 아들이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후 기내·전 후방을 배회하다가 탑승교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좌석에 앉아 달라는 수차례의 요청에도 착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전 운항 절차상 기내에 탑승한 승객이 기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기내로 들어오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한항공은 "보호자인 동반인이 따라다니며 제지하려고 했지만 착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당장 하기(비행기에서 내림)를 결정하지 않고 상황을 보기로 했지만, 해당 승객이 보호자의 통제를 따르는데 지속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기장이 운항 중 항공기 및 승객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승객의 하기를 결정한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대한항공 운항 매뉴얼에 따르면 기장은 항공기의 안전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혹은 안전 운항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 또는 승무원의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탑승을 거절할 수 있다.
탑승 전 아들이 자폐증 증상이 있다는 점을 수차례 말했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대한항공은 A씨가 예약 때는 물론 탑승수속카운터, 탑승구에서 자폐 스펙트럼 여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안전 운항이 보장되는 상태인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기내 규정을 따르기 쉽지 않은 승객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동반인의 통제에 따를 수 있어야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 등을 통해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하기 조치였지만 어렵게 항공 여행을 결정했던 해당 승객과 가족들이 겪었던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해 너무나도 안타까운 심경"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일반적인 항공권 환불 위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미사용 항공권에 대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한 누리꾼은 "아이가 아니라 성인 남성인데 항공사에서 대처를 잘한 것 같다. 4번이나 이상 행동을 보인 상황에서 승무원들은 어머님 혼자 성인 남성을 컨트롤하는 것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랑 현실의 괴리감에 마음이 아프다"고 글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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