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담보비율 LTV가 80%로 확대됐죠.
대출 더 많이 받으라는 건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집값의 몇퍼센트까지 대출 해주느냐. 이게 LTV 아닙니까.
원래 생애최초는 50~70% 까지 해주던걸, 80%로 늘려줬는데,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없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5억 1,427만원이었는데요.
이를 담보로 40년 만기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면요.(금리 연 4.04%)
연봉 4천만원대까지는, 규제를 완화해 줘도, 대출한도가 전혀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서울 소재 아파트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에는요.(9억2554만원, KB부동산 7월 자료)
규제 완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납니다.
구체적으로는 연봉 5천만원대 이하인 분들까지는 대출한도가 단 1원도 늘지 않았는데요.
지난해 기준 국내 근로소득자 가운데 약 77.4%가 연봉 4천만원 이하였으니까, 사실상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앵커>
대부분 연소득이 4천만원이 안돼서 효과가 없다.
연소득하고 대출한도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겁니까?
<기자>
일반적으로 대출한도를 정할 때에는 LTV 이외에도 DSR이라는 지표를 보게 됩니다.
총대출액 1억원을 넘어가는 차주들이라면 모두 해당이 되는데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의 40% 이내로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위해서 LTV를 완화했지만, DSR 규제는 이전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했거든요.
바로 여기에서 규제완화 효과가 묻혀버린 겁니다.
앞서 살펴봤던 서울 소재 아파트 사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요.
지난달 기준 중위가격이 9억 2554만원입니다.
여기에 LTV 80%를 적용했을 땐, (주택가격의 80%니까) 약 7억4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계산이 되는데요.
규제 완화 이전과 비교한다면 한도가 2억1700만원 가량 더 늘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DSR 규제를 마저 적용해보면요.
보시는 것처럼 한도가 다시 깎입니다.
일반적으로 대출한도는 LTV와 DSR를 각각 적용해서 가장 낮은 금액을 최종 한도로 책정하기 때문에,
LTV를 늘려줘도 DSR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때가 많은데요.
보신 것처럼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분들일수록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그래서 LTV 완화를 해줬어도 직장인 10명중 8명은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DSR 규제를 또 풀어주면 요즘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위험한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아 내집 마련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다리를 놓아주어야 하는데요.
정작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의 경우 최대 한도가 2~3억원 수준에 불과하고요.
심지어 주택평가액이 6억원을 넘는다면 해당 대출을 아예 받을 수가 없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내집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대출금리 역시 이제는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서 정책금융상품으로서의 이점을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물론 디딤돌대출의 경우 금리가 굉장히 낮은 편이긴 한데, 한도도 2억 5천만원으로 가장 낮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앵커>
LTV 완화라는 게 결국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긴데, 그래도 일부 고연봉자들의 경우는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연봉 6천만원을 넘는 사람들은 대출한도가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최대 2억원 더 늘긴 했습니다.
다만 집값이 7억5천만원을 넘는 분들은 대출 한도가 모두 6억원으로 동일한데요.
현재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SR 40%를 맞췄다면 비교적 대출 자산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도 상한을 걸어두면서 규제 완화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고로 연봉 8천만원 이상의 경우, 6억원 상한 조건만 없애도 (LTV 80%, DSR 40% 조건 하에서) 지금보다 적게는 3400만원에서 1억4천만원 가량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다수 근로자들은 LTV를 완화해줘도 효과가 전혀 없고,
고소득자들은 여유가 충분히 있는데도 한도를 막아놔서 어렵다. 이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에 자격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입니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기준을요.
“세대 구성원 모두가 과거에 단 한번이라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한다”라고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무주택자가 상속으로 인해 시골 주택을 소유하게 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는 겁니다.
주택구입 실수요자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거죠.
정부부처 정책연구기관 중 한 곳인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실수요자가 주택구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LTV 80% 적용대상을 무주택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는데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위한 LTV 완화 방안이 여러 면에서 섬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보완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기자>
우선 LTV 추가 완화 여부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고요.
DSR로 인한 대출한도 제약과 관련해서는 청년층의 경우 장래 소득 인정 비율을 높여서 대출한도를 더 늘릴 수 있도록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3분기 중)
<앵커>
청년은 현 소득수준보다도 한도를 더 늘려준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연령대가 낮을수록 현재 소득수준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요.
또 장래소득증가율을 반영했다 하더라도 추후에 그만큼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그 리스크는 금융회사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거든요.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높게 산정한다면 이자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어서 보완책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사실 대출을 더해줄게 아니라, 집값을 안정시키면 해소될 문제 같습니다.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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