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폭우를 동시에 겪으면서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세계 산업 공급망의 핵심적 위치인 만큼 그 영향이 국제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0일 중·남부 19개 성·시에 고온 홍색 경보를 내렸다. 이들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쓰촨·충칭·후베이·후난·장시·저장 등 중남부 일대는 40도도 넘어설 것으로 예보했다.
이 일대 고온 경보는 31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70여일째 30도를 웃돌고 있는 올해 폭염에 대해 중국 기상과학원은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 최강이라고 밝혔다.
강수량도 예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혹심한 가뭄까지 겪고 있다.
창장(양쯔강)은 중·하류는 물론 상류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동부 연안 용수원인 둥팅호와 포양호도 담수 면적의 4분의 3이 말랐다.
이 일대 83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118만㏊ 농작물이 가뭄 피해를 봤다.
중국 `수력발전 기지` 쓰촨은 전력 생산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15일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상가와 사무실 전력 공급을 제한했다.
이 여파로 쓰촨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춰, 테슬라 등 상하이 완성차 업체의 조업이 차질을 빚는 등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상하이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차질을 빚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공급망이 이번엔 이상기후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서북 내륙인 칭하이성 시닝시 다퉁현 산지엔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서부 쓰촨과 간쑤 지역에서 최대 110㎜의 폭우가 내렸다. 앞서 6월에는 사흘간 쏟아진 폭우로 푸젠·광시·광둥·장시·후난성 등의 강과 하천 113곳이 범람해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중국 동북 곡창지대인 랴오닝에서도 6월부터 13차례 크고 작은 홍수가 발생, 수확철을 앞둔 농작물이 큰 피해를 봤다.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중·남부의 가뭄과 동북의 홍수로 식량 안보를 강조하며 올해 6억5천만t 생산을 목표로 삼은 중국은 식량 생산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동북부 헤이룽장성 다싱안링에서는 폭설이 내렸다. 누적 강수량 16.8㎜에 적설량 3㎝에 달하는, 겨울에나 내릴법 한 규모였다.
다싱안링은 한 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중국의 최극강 한지이긴 하지만, 한 여름 폭설은 전례가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잇단 자연재해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추구한 고도성장 정책의 이면에 깔린 `그림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도성장의 동력으로 의존한 석탄 화력 발전은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기도 한 탓이다.
이에 중국은 2014년 6월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중앙재정지도소조 6차 회의에서 `에너지 안보 신전략`을 채택하며 탄소 저감 정책 추진에 나섰다.
시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 탄소 배출량을 2030년 정점을 찍고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쌍탄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위기 때마다 친환경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9월 급진적인 탄소 저감 정책이 일환으로 석탄 생산과 사용을 억제했다가 전국 곳곳에서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난방이 끊기는 전력대란이 발생하자 규제를 풀었다.
중국 정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예년과 달리 연간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석탄 비축량을 2억t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정 부총리는 17일 최근의 전력난과 관련, "발전용 석탄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밝혀 화력발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1∼5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조600억㎾h를 기록, 전체 전력 사용의 30%를 차지하며 10년 새 10배 이상 늘긴했지만 화석 연료를 대체해 주력 에너지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