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까지 번진 임금인상…집단이기주의에 민심 '싸늘'

김보미 기자

입력 2022-08-22 19:17   수정 2022-08-22 19:17

    [최혜림 / 서울 성북구 : 사실상 직장인들은 6시까지 근무하잖아요. 회사 일하는 도중에 짬내서 가기도 그렇고요.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노진영 /서울 마포구 : 근무 시간을 줄여가면서 올렸을 때의 그만한 효과 대비 사람들의 불편함을 어떻게 처우해줄 것인지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납득이 되면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김인자 / 인천 부평구 : 우리도 다 일 보고 들어가서 은행일을 봐야 되는데 시간이 짧고 그러면 불편하기 그지없죠.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달라. 이건 말도 하지 말아야죠. 안되는 일이에요.]
    <앵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달 16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경제부 김보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총파업과 관련해서 금융노조 위원장이 오늘 공식 입장을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안은 총 34개입니다.
    그중에서 크게 3가지를 살펴보면요.
    ▲임금 6.1%인상 ▲주 4.5일 근무 그리고 ▲영업점 폐쇄 금지 등입니다.
    사측은 현재 ▲임금 1.4% 인상 그리고 ▲나머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금융노조는 “은행이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은 2%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노조위원장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올해 6% 넘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1%대 임금인상률을 고집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금융사용자에 대한 분노’와 조합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앵커>
    금융노조와 사측이 각각 제시하는 임금인상률. 실제 어느정도 수준입니까?
    <기자>
    우선 사측이 제시하는 1.4%는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동일하고요.
    노조가 주장하는 6.1%는요.
    최근 대기업 위주로 임금협상 사례를 살펴봤을 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네이버와 대우건설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10%, 삼성전자가 평균 9%, LG U+가 8%대로 협상을 마무리했고요.
    현재 OB맥주가 7.3%, GS칼텍스가 5.5%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업권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선 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금융노조의 이번 임금인상 요구가 금융업권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 올해 전 업종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임금 인상 시 부작용은 없을까요?
    IT업계의 경우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올 들어 실적 악화와 채용 축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기자>
    현재 은행권의 자본건전성 자체는 지난해말부터 지표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요.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 우려 확대, 그리고 다음달 코로나 금융지원 만료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 우려 등으로 충당금을 계속해서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요.
    임금 6% 인상안이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실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자체분만 보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닌데, 현재 은행권이 처해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총 인건비가 17조3천억원 정도였는데, 여기에서 임금을 6.1% 인상했을 때 인건비 증가분은 6천~8천억원 내외로 추산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금융노조가 비단 임금인상만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영업점 폐쇄 금지, 주 4.5일제 근무 요구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하는데, 이유가 뭡니까.
    <기자>
    노조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 영업점 폐쇄를 막아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근무시간을 줄이겠다는 건 반대로 소비자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금융노조는 “오해가 있다”면서 “모든 조합원이 임금삭감 없이 주 4.5일제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무형태와 시간을 다양화하고 유연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들이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하기로 한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겠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병동당 5명 내외 희망자에 한해서 주 4일제를 적용하는 대신, 임금은 10% 가량 삭감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노조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시민인터뷰에서도 살펴봤지만 "금융소비자들을 볼모로 잡은 총파업이다", "금리와 물가가 치솟고 있어 모두가 고통스러운데 비교적으로 근무여건이 나은 은행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어서요.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자칫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시선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요즘에는 모바일앱으로 은행업무를 보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실제 파업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충격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앵커가 얘기한 것처럼, 현재로서는 은행 업무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만큼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시중은행의 입출금거래에서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9%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음달 총파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실제 참석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을 둘러싼 여러 상황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제 파업 참여율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6년 전 금융노조 총파업 사례를 보면, 당시에 전체 은행원의 15%만이 파업에 참여했고, 특히 4대 시중은행의 참가율은 2.8%에 그쳤습니다.
    금융노조는 다음달 총파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사전조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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