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주식시장에 머물던 자금들이 보다 안전한 상품을 찾아 대거 이동하고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이들 자금을 붙잡기 위해 자기 신용을 담보로 연 4%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에 올해에만 6조 원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주 한국투자증권이 토스뱅크를 통해 내놓은 연 4.5% 금리의 발행어음은 입소문을 타고 한도 2천억 원을 나흘 만에 소진했습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가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금을 빌려 6개월이나 1년 뒤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기업이 발행한 우량 회사채와 만기 이자는 비슷하면서 투자 기간은 더 짧고, 1년 거치 기준 투자 가능 금액이 100만 원 이상으로 목돈을 맡기기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현재(26일 기준) 증권사 모바일 앱을 통해 매매할 수 있는 발행어음의 월 적립식 기준금리는 최고 연 4.5%, 1년 만기 약정은 연 4.15%에 달합니다.
올해들어 이들 상품을 취급한 증권사 4곳의 발행어음 잔고는 상반기 기준 23조 3천억 원으로 반년 만에 6조 6천억 원 증가했고, 이 가운데 CMA를 통해 유입된 개인 자금만 4조원에 달합니다.
주식시장 주변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긴 하락장에 올해 16조 원 줄었는데, 이 자금의 절반 가량이 발행어음으로 유입된 겁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 연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는 발행어음 금리도 높아질 전망입니다.
초대형 증권사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한, 하나 등 나머지 증권사들도 자기자본 규모를 키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발행어음 시장이 이처럼 달아오르고 있지만, 투자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발행어음은 정기예금과 유사해보이지만 예금자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인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에서 매매하더라도 과거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 판매처럼 투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약정한 기간보다 미리 해지하는 경우 거치식 상품은 약정한 수익률의 절반, 적립식은 1%만 돌려받아 사실상 손해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매매 과정에서 증권사가 투자한 부문에 부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해 수시로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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