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가비상 상황?…"에너지 요금 6배로 뛸 듯"

입력 2022-08-29 05:57  


영국의 가계 전기·가스 요금 상승으로 에너지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국가 비상상황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표준가구 에너지 요금은 상한이 현재 연 1천971파운드(311만원)에서 10월엔 연 3천549파운드(560만원)로 80% 올라간다.
이는 1년 전의 연 1천277파운드(201만원)와 비교하면 2.8배에 달한다.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가스 도매가격 등을 고려해서 가계 전기·가스 단위요금 등에 최대치를 설정한다.
에너지요금 상한은 연 1천42파운드(2020년 10월∼2021년 3월)에서 연 1천138파운드(180만원·2021년 4월∼2021년 9월), 연 1천277파운드(2021년 10월∼2022년 3월)로 오를 때까지만 해도 상승률이 10% 안팎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4월에 54% 뛰면서 충격이 커지기 시작됐고 앞으로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콘월 인사이트 전망치에 따르면 내년 1월엔 5천387파운드(850만원), 4월엔 6천616파운드(1천44만원)로 뛴다.
4월 기준으로 보면 통상 방 3개짜리 주택의 2∼3인 가구의 연간 전기·가스 요금이 2년 만에 180만원에서 1천만원 이상으로 약 6배로 높아지는 셈이다.
또 다른 기관인 오실리원은 내년 4월에 무려 7천272파운드(1천147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사설에서 이를 두고 국가 비상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품목인 에너지 요금이 비싸지면 저소득층이 타격을 크게 받는다.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저소득층은 지금도 소득의 25%를 에너지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고 조지프 라운트리 파운데이션에선 일부 연금생활자들의 경우 내년이면 가처분 소득의 40%가 에너지 비용으로 나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 전기·가스 규제기관 앞 시위
영국 전기·가스 규제기관 앞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게다가 두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주택 대출 이자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겨울 누군가는 `난방이냐 빵이냐`, `죽느냐 사느냐`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지는 28일(현지시간) 배를 곯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보편적 무상 급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소득이 무상급식 기준을 넘는 가구에서도 에너지 요금을 내느라 아이들을 먹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상한 적용도 안되는 작은 사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힘들어하며, 이번 겨울에 수천 곳이 도산할 수 있다고 더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권교체기라는 핑계로 뒷짐을 지고 있어 `좀비 정부`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의 400파운드(63만원) 에너지요금 할인 등이 전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9월 5일 선출되는 차기 총리가 추가 현금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피를 대가로 치르고 있으니 서구 국민들은 에너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도 에너지 절약을 강조할 뿐이다.
차기 총리 후보들은 사실상 침묵했다. 28일에야 유력 총리 후보인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20%에서 최대 5% 포인트 인하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디언지의 자매지 옵저버지는 이날 사설에서 집권 보수당이 에너지와 생계비 위기에 소홀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요금 상한 인상이 발표한 26일엔 시위대 약 100명이 오프젬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요금 납부 저항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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