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한 미 증시, 특징적인 부분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미국 경제에 좋은 뉴스가 증시에는 나쁜 뉴스가 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이 그랬습니다. 개장 초반 상승했던 시장에 큰 변곡점이 생긴 것은 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였습니다. 미국 고용·이직 보고서와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이 때 발표됐죠. 미국의 고용과 소비자 심리를 판단할 수 있는 두 가지 지표가 나온 건데, 모두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오늘 월가 투자자들은 지난 7월 한 달간 미국에 1,123만 개의 일자리가 열렸고, 현재와 미래 경기를 판단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기대보다도 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대보다도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다는 것이 확인된 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때 연 3.14%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가 된 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오늘 나온 `좋은` 경제 지표는 시장에 중앙은행이 한동안 긴축적인 정책을 고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해주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지금 연준은 미국이라는 환자가 가진 가장 큰 병이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환자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독한 약을 처방해야 하는 것이 연준의 숙제인데, 몸이 생각보다 튼튼하다면 연준의 긴축 정책이라는 처방약도 그만큼 독해질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월가 투자자들이 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미국 2년물 국채수익률이 연 3.466%까지 높아졌다는 점을 살펴보셔야겠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2년물 국채수익률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또다른 매파적인 발언을 한 점도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의 기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려면 단기 금리를 연 3.5% 이상으로 올리고 내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지난 6월에 연준이 경제전망 요약(SEP)를 내놓을 때의 연말 금리 예상 중위값이 연 3.4%였다는 점을 기억하셔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금리 경로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매파적인 연준의 행보에 충격이 얼마나 갈지 아직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요.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한 기술주들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월가에서 어떤 소식들이 들리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사실 월가에서 기술주에 대한 심리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곳곳에서 관측됩니다. 어제 AMD가 `테크 데이`를 열고 새로운 고성능 제품군 라인업을 발표했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루시드와 리비안과 같은 전기차 기업들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과 같은 매체들은 이들 기술주의 자금 조달 과정에 대해 "현재 현금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특히 현재 수익 구조가 아닌 성장성으로 투자심리를 견인해온 기술주들에게는 지금의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금리 환경을 보면 이 부분이 조금 더 두드러집니다. 웰스 파고의 사미르 사마나 수석 전략가는 "현재 상승 중인 10년물 국채수익률과 비교하면 현재 주식 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거든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지 아닌지가 단기적으로 기술주들의 흐름에 변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섹터와 비교했을 때 기술주들에게 우호적인 요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 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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