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에 숨겨 밀수출"...휴젤은 보톡스 전쟁중

고영욱 기자

입력 2022-08-31 19:14   수정 2022-09-01 08:58


    <앵커>
    전 세계로 수출되는 우리나라의 미용 제품, K-뷰티하면 보톨리눔 톡신이죠, 일명 보톡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간 1천억 원에 달하던 중국 보톡스 수출이 올 들어 7월까지 70%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이게 무슨 일입니까.
    <기자>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요.
    2020년 10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보톨리눔 톡신은 모두 무허가 판매였습니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국내 제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따리상을 통해 암암리에 이뤄졌던 건데 그 규모가 무려 1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10월 휴젤이 국내 기업 처음으로 중국 당국의 판매 허가를 받고 그해 12월부터 정식 수출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1천억 원이 넘는 규모가 무허가 판매였다는 게 놀랍군요. 그런데 어차피 무허가 판매가 계속 됐던 건데 지금 와서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뭔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수출을 할 때 품목코드가 바뀐 영향입니다.

    지난해까지 보톨리눔 톡신은 품목코드가 3002.90-3090이었습니다. 의료기기 중에서 혈액이나 백신, 독소, 미생물 배양체 등으로 분류되고 여기서 다시 기타로 분류됐습니다.
    이 기타 품목이 대부분 보톨리눔 톡신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고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3002.49-1000이 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독소라는 세부 품목이 새로 만들어져 여기로 분류됐습니다. 흐름이 훤히 보이게 투명해진 겁니다.
    지난해까지 적용된 분류기준으로 7월까지 수출액이 5,463만 달러였는데 품목코드가 바뀐 올해 들어 1,591만 달러로 70% 가량 급감했습니다.
    <앵커>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밀수 척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공안부 식품의약품범죄수사국은 `의료용 미용제품 불법 제조 및 판매` 관련 긴급 고시를 내고 집중 단속을 시작했는데요.
    단속 대상에 보툴리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보톡스 밀수출은 없는 건가요?
    <기자>
    보톨리눔 톡신 업계와 수출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여전히 밀수출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막힌 상태고 수출하는 고기 사이에 껴서, 예를 들어서 오리고기라고 하면 오리 머리나 다리 같은 부속품에 숨기는 방식으로 내보낸다고 합니다.
    또 현지 고위층과 결탁해서 한정된 물량만큼만 반입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보톨리눔 톡신은 특성상 여름철에는 변질 우려가 있어 겨울철에 밀반입이 집중된다고 합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밀수출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보톨리눔 톡신 약병(바이알) 하나에 2~3만원 꼴인데, 중국에서는 5~6만원에 팔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중국 관련 시장 규모는 상반기만 우리 돈 1조 1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불법 시장은 이 보다 세배 가량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무허가 제품은 무허가 시술소로 흘러들어가게 되고요. 다만 현지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점차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국 수출이 유일하게 허가된 휴젤 같은 경우는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휴젤 측에 따르면 중국 진출 첫 해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한 뒤 순조로운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장점인데요.
    구체적으로 중국 매출이 얼마라고 공개는 못한다고 했지만 관세청의 독소 중국 수출액이 200억원 규모인 걸 보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증권가 예상치인 300억 원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무허가 제품 정리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의 ‘공인병원, 전문의사, 승인제품’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관건은 중국 톡신 수출의 반등”이라며 “지난 6월 선적이 재개돼 하반기 200억원의 중국 톡신 매출을 기대한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 중국으로 필러 제품까지 첫 수출될 예정인데 여기서 기대되는 보톨리눔 톡신과의 시너지도 휴젤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요인입니다.
    휴젤의 오늘 종가는 122,100원으로 어제보다 1.5% 가량 내렸습니다.
    <앵커>
    국내 다른 경쟁사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메디톡스는 벌써 5년 전에 중국 당국에 보톡스 판매 허가 신청을 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요.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중국 임상 3상에 성공한 뒤 판매 허가를 신청했지만 같은 상황입니다.
    지금 중국 시장은 거대한 규모에 비해 휴젤을 포함한 4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기업이 진입하면 시장 판도가 바뀔 전망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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