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역적자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연간으로도 흑자를 내기 어려울 전망인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부 김민수 기자와 함께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지금의 무역적자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숫자와 기록으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짚어보겠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낸 무역적자 94.7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무역수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죠.
8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이는 14년 만에 처음입니다. 무역적자가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추세라는 거죠.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벌써 247억2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입니다.
아직 4개월이 남기는 했지만, 올해 연간으로도 무역적자가 불가피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적자인데, 규모로는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일시적이 아닌 연간으로 적자를 낸다는 건 대외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앵커>
적자 폭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수출이 늘고는 있지만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이 훨씬 더 늘었기 때문이죠.
8월 수입액은 661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8월보다 28%나 급등했죠. 특히 원유, 가스, 석탄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92%나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인 변수인데, 문제는 수출입니다.
수출이 일단 22개월째 늘고는 있는데, 증가율 하락세가 두드러집니다. 지난 6월에 한 자릿수 대로 떨어진 이후, 석 달째 한 자릿수 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출이 증가한 주요 품목도 15개 중 6개에 불과했습니다.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수출 전선에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특히 8월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기자>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20%를 차지합니다. 이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감소한 겁니다. 16개월 연속 100억달러 선을 넘기는 했는데, 글로벌 IT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어서 이같은 수출 감소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사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대중국 수출과도 맞물려있습니다. 대중국 최대 수출품목이 반도체거든요. 그런데 대중국 무역수지가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첫 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세가 살아나야 우리도 수출을 늘리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심각한 무역적자를 가져온 핵심 요인을 꼽자면 에너지 가격 급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부진, 반도체 가격 하락 이렇게 3가지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특히 이번 달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점쳐지면서, 고환율 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당장 오늘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경신하지 않았습니까.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고환율 쇼크까지 더해지며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죠.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 부담이 더 늘어나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고, 무엇보다 수입물가가 올라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1400원을 다시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요. 연말엔 15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주요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수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고환율로 인해 국내 물가 상승세가 더 길어질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 판단도 상당히 여려워질 전망입니다.
<앵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우리 경제에 환율 특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진 느낌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기자>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뚜렷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국들 통화가치도 함께 떨어진 상황이라 기대할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와 가공해 수출하거나, 중간재를 넘긴 뒤 현지에서 완성품을 생산하는 식으로 수출 방식을 바꾼 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효과는 줄고,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를 비싸게 사와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죠.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수출금액은 0.03% 늘어나는데 반해 수입금액은 3.6%나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지금은 원화 가치 하락이 무역적자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앵커>
고환율과 무역적자,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건데,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됩니까?
<기자>
물론 업종별로 나눠보면 강달러로 이득을 보는 업종도 있습니다. 계약금 대부분을 달러로 받는 조선사나, 수출과 판매 대금의 달러 비중이 높은 자동차 회사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타격을 입는 곳이 더 많습니다. 특히 우리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엄청난 대미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업종별로 보면, 일단 리스료나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장부상으로 약 350억 원의 손실이 생깁니다.
수입이 많은 철강이나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수 소비는 그대로인데, 환율 상승으로 철강석이나 나프타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집니다.
북미 지역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짓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계도 비상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더해 환율까지,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앵커>
최근 나오는 통계 수치로만 본다면 이미 경제 위기 문턱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요?
<기자>
오늘 한국은행이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는데, 예상대로 전 분기 대비 0.7% 상승했습니다.
부진한 수출을 민간 소비가 떠받친 덕분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하락했죠.
그런데 어제(31일) 7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3분기 들어서는 그나마 버텨주던 소비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거죠. 9월 이후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입니다.
일단 외부적인 변수로는 환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역수지에서는반도체 가격과 원유 가격 이 두 가지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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