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두부`를 앞세워 미국 시장 확대에 한창인 풀무원에겐 수익성이 고민거리입니다. 현지 점유율 1위에 올라있지만 20년 넘게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률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다른 식품 기업들에 비해 목표 주가도 낮게 매겨졌는데, 현재 상황이 어떻고 뭐가 문제인지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풀무원의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요.
<기자>
올해 상반기 주요 식품 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1%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 중인 17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1등은 오리온인데 15.5%로 평균의 세 배가 넘습니다. 삼양식품(12.1%), 하이트진로(9.4%), CJ제일제당(8.6%) 등이 뒤를 이었고요.
풀무원은 지난 상반기 매출 1조 3,565억 원, 영업이익 218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영업이익률 1.6%로 전체 식품 기업 중 가장 낮은 편입니다. 수익성이 평균의 3분의 1토막이란 거죠.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본 남양유업을 빼면 꼴찌 수준입니다.
<앵커>
1조가 넘는 매출을 내고도 손에 쥔 건 1%밖에 안되는 거군요. 요새 차세대 K푸드로 꼽히는 `두부` 사업이 잘 안되는 건가요?
<기자>
분명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이 나아지지 못해 답답한 모습입니다. 지난해(2021년) 미국 매출액은 2,386억 원이었고, 올해(2022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32%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
풀무원은 독보적인 미국 두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단백질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두부 시장은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2016년 1.6억 달러, 2021년 2.9억 달러)
미국 외에도 일본이나 중국 등 주요 국가도 잘 크고 있지만 영업적자 폭은 더 커졌습니다. 상반기 해외 매출(2,716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2,123억 원)보다 30% 가까이(27.9%)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도리어 늘었습니다. 풀무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 지역 영업손실은 167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97억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두 배가 된 거죠.
<앵커>
앞서 살펴본 오리온이나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등은 수출이 잘 돼서 좋은 실적을 냈는데, 풀무원은 영 딴판이군요. 이게 한 두해 문제가 아니라고요?
<기자>
1984년 세워진 풀무원은 1991년 미국 법인(Pulmuone U.S.A.)을 세우며 해외 진출에 나섰습니다. 음식료는 대표적인 내수 사업이고, 필수 소비품목이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산업군에 속하죠. 하지만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 우리 식품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재촉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 1989년, 대상은 그보다 앞선 1973년, 롯데제과도 1994년 해외 법인을 설립했죠.
그렇게 나선 미국 사업이지만 만년 적자에 빠진 게 현실입니다. 풀무원 해외 식품 매출의 55% 정도가 미국에서 나오는데요. 2019년까지 매년 20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내 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 집밥을 해먹는 미국인이 많아지면서 2020년 2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지만, 연간으론 적자였고요. 지난해도 영업적자(210억 원)를 이어갔습니다.
<앵커>
1991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30년 넘게 적자 운영 중인 셈이네요. 성장 돌파구로 마련한 해외 사업이니 포기하기도 어려울 텐데, 마이너스 장사가 계속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물류비와 인건비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2021년에 터진 물류대란은 바닷길은 물론 육상 운임료 폭등의 원인이 됐죠. 인력 이탈도 심각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실업급여를 강화했는데, 이에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않아 문제였죠.
품질 논란도 일었는데요.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풀무원이 "현지 공장 설비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불거진 탓에 더 뼈아픈 대목입니다.
<앵커>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시장이 커지는 기회에도 이익 전환을 하지 못한 거군요. 고정비가 늘면서 식품회사들이 가격을 올렸는데, 풀무원은 어땠나요?
<기자>
풀무원은 상반기 두부와 달걀, 냉동피자 등 제품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풀무원식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이었는데요. 원재료비가 올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가격을 올렸는데도 수익성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주력 시장인 국내 사업도 녹록지 않습니다. 상반기 풀무원식품의 주요 제품 매출은 지난해 보다 0.9% 증가에 그쳤는데요. "가격 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입니다.(한화투자증권) 해외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국내 식품 사업 역시 위축될 위기에 놓인 거죠.
<앵커>
어떻게 보면 풀무원은 국내에서 벌어들여서 해외 사업에 투자해 왔는데, 이 구조가 위험해진 거군요.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해외 사업의 침체는 계속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외형 성장은 이어나가겠지만 수익구조를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인데요.(한국기업평가) 이는 풀무원의 전체 수익성에 부담입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이 1.5%였는데, 올해(1.8%)도 내년(2.1%)도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증권가는 풀무원의 주가 기대치를 업계 평균보다 낮춰 잡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풀무원의 목표주가로 1만 4천 원을 잡았는데요. 국내 음식료 업종 평균 PER에 50% 할인을 적용한 건데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에서 높은 성장성을 가진 건 분명하지만 좀처럼 이익의 질을 개선하지 못하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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