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부터 골드바까지"…활로 찾는 가전 양판점

전효성 기자

입력 2022-09-06 19:23   수정 2022-09-07 09:20

    <앵커>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함께 유통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오늘 어떤 얘기를 준비하셨죠?

    <기자>

    화면을 먼저 보겠습니다.

    가전 판매 채널로 잘 알려진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쇼핑몰인데요. 골프용품, 스포츠웨어, 과일, 골드바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전제품과는 거리가 먼 제품들인데, 오늘은 가전 양판점이 왜 이런 제품들을 팔고 있는지에 대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앵커>

    가전 양판점과 과일·골드바 조합은 낯설게 느껴지는데, 왜 이런겁니까?

    <기자>

    실적 악화에 따른 궁여지책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가전 업체는 높은 실적을 거뒀습니다.

    집콕 문화와 고효율 제품을 사면 비용을 일부 돌려주는 정책 때문이었는데 이런 코로나 특수가 끝난 겁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사 수요가 줄었고, 가전을 교체할 필요성도 함께 줄어든 거죠.

    가전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게 바로 이사거든요.

    특히 올해 여름 성수기 장사에서도 재미를 못봤습니다.

    폭염으로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 거라 기대가 컸는데, 비가 많이 오면서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던 겁니다.

    실적을 보면요.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574억)이 적자로 전환했고, 올해 상반기는 영업이익(-79억)까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17억) 적자전환했고, 올해는 적자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비가 많이 내린 날씨, 줄어든 이사 수요는 가전 판매 업체가 대응하기는 어려운 요인인 것 같은데요.

    가전 교체수요가 돌아오면 업황은 다시 나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실적 악화가 외부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산업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우선 온라인몰에서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맥북, 삼성 갤럭시 시리즈 같은 유명 IT 제품은 출시 후 언론 보도나 크리에이터 영상으로 충분히 제품을 살펴볼 수 있게 됐죠.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갈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가격 경쟁력면에서도 이커머스가 우위를 차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커머스들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몸집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죠.

    그러다보니 판매 단가가 높은 IT가전을 경쟁적으로 할인해서 팔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격을 비교해보니 최신 휴대폰의 경우, 이커머스에서 사는게 가전 양판점 온라인몰보다 6만~15만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의 치열해진 점유율 경쟁 속에 전통 가전 양판점이 설 곳을 잃게된 셈입니다.

    <앵커>

    가전 양판점들이 온라인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가전 외 상품을 다루기 시작한 거군요.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가전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비율은 2018년 37% 수준에서 지난해 62%까지 올랐습니다.

    10대·20대가 오프라인에서 가전을 사는 비중은 10%대로 아주 낮았고요.

    온라인에서 가전을 구입하는 흐름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전 양판점은 어떻게든 자사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거죠.

    먼저 롯데하이마트는 골프 용품과 스포츠 웨어를 대거 들여놨는데,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연령층이 가전제품 소비여력이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이마트는 올해 말까지 온라인몰에서 가전 외 판매 비율을 25%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자랜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과일과 골드바를 선보였습니다.

    전자제품과 거리가 있는 영역이긴 하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들여놓음으로써 어떻게든 홈페이지에 고객을 체류시킨다는 구상인 거죠.

    [가전업체 관계자: 다양하게 온라인 상품을 다각화해서 고객들이 유입되고 여기서 락인을 시켜서 체류시간을 늘려서 가전도 판매 연계가 될 수 있도록…]

    <앵커>

    말그대로 고육지책이네요.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큰 폭의 실적 회복까지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 기업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가전 양판점이 판매 제품군을 일부 늘린 게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냐는 분석입니다.

    더군다나 전자랜드와 하이마트는 가전 판매업체라는 인상이 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장 실적이 급하다고 해서 의류, 골프, 과일 등을 들여놓고 파는게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양판점이 가전을 기본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더 고급스럽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매장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면 (구매한) 상품에도 투영이 됩니다.]

    이처럼 가전양판점은 생존을 위해 갖은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경기 악화 분위기 속에 소비자들은 점차 주머니를 닫고 있어, 가전 양판점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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