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370원대로 치솟으며 대외건전성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습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외채가 크게 늘고 외환보유액은 줄어들며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건데요.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환율 급등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빨리 갚아야 하는 달러빚이 느는데, 나라곳간의 외화는 줄고 있다"
유례없는 강달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입니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여건 악화로 기업의 외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대외 채무는 외환보유액의 40%를 넘겨 1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또 원·달러 환율 급등에 올해만 원화 가치가 15% 가량 떨어지며 외환보유액도 250억 달러 넘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그럼에도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단언합니다.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가 넘고 단기외채 비율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보다는 낮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높아진 환율수준과는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조달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늘도 장중 한 때 1,377원을 돌파하며 1,400원선에 바싹 다가선 상황.
환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고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만기가 짧은 대외 채무가 많아지면 해외 투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어 우리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환율은 1,400원이 아니라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금리 역전 상태는 환율이 꾸준히 떨어졌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금리보다 다소 낮게 운용하겠다는 정책을 바꿔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외환시장의 불안을 없애야 합니다.]
특히 최근의 환율 상승은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데다, 기업의 외화 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증가해 투자 위축까지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책과 함께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한상의 등 경제계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화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원유 관세와 무역금융 금리를 낮추고 환율변동보험 한도를 늘려 고환율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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