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르키우주 철수 결정 "개전 이후 최대 패배"

입력 2022-09-11 08:09  


우크라이나의 거센 공세에 러시아가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재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바스 해방이라는 특별 군사 작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네츠크 방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지난 사흘간 재편성 및 재배치 작전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교란 작전이 병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군과 미사일·포병 부대가 적을 향해 강력한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임명한 하르키우주 행정부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지움과 바라클리아는 하르키우주 내 핵심 요충지다. 특히 이지움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향하는 길목 도시로, 러시아가 지난 4월 점령한 뒤 돈바스 공세를 위한 보급 기지로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철수 발표는 사실상 러시아가 하르키우주를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바라클리아를 점령한 데 이어 이번 러시아의 발표 수 시간 전에는 쿠피안스크까지 점령했다.

올레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쿠피안스크 시청에 국기를 게양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북부 철도 교통의 허브인 쿠피안스크를 장악하면서 이지움에 주둔한 최대 1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게 됐다. 아울러 북서쪽의 바라클리아와 북동쪽의 쿠피안스크에서 이지움을 포위 공격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장악했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에서도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고전하고 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데니스 푸실린은 "북쪽 라이만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도네츠크주 북쪽 여러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만은 우크라이나가 지키고 있는 도네츠크주 북쪽 슬라뱐스크의 인접 지역이자 이지움의 배후에 있는 곳이다. 결국 러시아는 이미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하르키우주를 포기하는 대신 위기에 처한 도네츠크주 점령지를 지키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9월 초부터 약 2천㎢가 해방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8일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지역에서 이달 들어 1천㎢ 상당을 되찾았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갑절이 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철수는 옳은 선택"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점령자가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AP와 로이터는 현재 상황이 이번 전쟁 들어 키이우 수성에 이어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성과이자 러시아의 가장 큰 패배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진격은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할 능력이 있다는 신호라고 해설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으며 전쟁이 단시간에 끝날 조짐은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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