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미국 내 연구·제조를 우선시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가뜩이나 글로벌 긴축 여파로 올해 들어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해 IT·바이오부 박승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렸어요. 간단히 짚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현지시간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뼈대로 하는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서명했습니다.
미국에서 발명된 생명공학 분야의 모든 것을 미국 내에서 만들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요.
중국 바이오 산업을 견제함과 동시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분야를 두고 자국 생산에 대한 고삐를 죄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인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이번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진원생명과학은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현재 진원생명과학의 자회사인 VGXI가 미국 텍사스주 콘로시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 생산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미 3천리터 생산능력을 갖춘 설비를 구축했고, 오는 10월 준공식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오늘 장중엔 12%까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들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 정부의 정책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국민연금의 순매도 속에서도 제약·바이오주의 비중은 소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구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을 사들였나요?
<기자>
네 우선 올해 들어 새로 편입한 종목을 살펴보면요.
국민연금은 올해 대규모 횡령 사태를 겪은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레고켐바이오, 한미사이언스 등 6개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신규 편입했습니다.
기존에 보유했던 지분에서 가장 많이 늘린 기업으론 한미약품이 꼽히는데요.
국민연금은 한미약품의 보유지분을 종전 8.86%에서 20.06%로 무려 11%포인트 넘게 늘렸습니다.
인터로조와 대웅제약, 에스티팜의 경우 2%포인트 이상 추가로 늘렸고, 덴티움, 셀트리온, 파마리서치 등도 1%포인트 이상 더 사들였습니다.
반면 앞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이 불가피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올릭스, 메드팩토 등 4개사는 편입에서 제외했고, 유한양행, 환인제약, 동아에스티 등 7개 종목의 비중은 축소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이들 종목을 선택한 배경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이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연초 대비 국내 증시가 20% 넘게 하락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주들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이 가운데서도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의 주식은 사들였습니다.
실제 셀트리온의 경우 올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올해 2조 클럽 청신호가 켜졌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7% 이상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임플란트 가격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앵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도 미국발 긴축우려와 유럽의 경기 둔화, 고환율, 여기에 앞서 언급한 미국 내 바이오 생산이란 변수가 있긴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들이 매수하는 종목의 주가 움직임이 견조할 수 있는 만큼,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장기 보유를 계획하는 투자자라면 앞서 언급한 변수들을 살펴보면서 이들 연기금의 매수 종목을 참조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선택한 제약·바이오 종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박승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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