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어도 '친환경' 간다…삼성, '탄소중립' 대전환 선언

김민수 기자

입력 2022-09-15 19:12   수정 2022-09-15 19:12

    <앵커> 삼성전자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친환경 경영으로의 대전환에 나섰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전력을 많이 쓰는 ICT 제조기업인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이번 선언은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기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신환경경영전략`의 가장 큰 의미는 대외적인 선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한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계획이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는 ‘RE100’ 가입이 바로 핵심입니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간 캠페인입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은 2030년까지,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 등 다른 분야는 2050년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앵커> 삼성전자의 RE100 참여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가입하지 않았나요?

    <기자>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마지막이죠. 다소 늦은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반도체 라이벌 SK하이닉스는 이미 RE100에 동참했고, 글로벌 경쟁자인 애플, TSMC, 인텔도 일찌감치 가입했습니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374개사 정도입니다.

    최근 탄소중립과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RE100 가입을 촉구하는 압박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해외 연기금들이 강하게 요구했었죠.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ICT 제조기업이기 떄문입니다.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준이죠. 특히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사업뿐만 아니라 전세계 32개국 생산기지에서 연간 5억대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방대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는 약 1700만 톤으로, 자동차 800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습니다. RE100 가입은 엄청난 도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기자> 삼성전자를 2030년까지 총 7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뺀 거니까 실제로 더 많은 비용을 치를 겁니다.

    돈이 들어가는 곳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현재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주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가스와 LNG 같은 연료 사용 때문에 발생하고 있거든요. 먼저 2030년까지 공정 가스 처리효율을 대폭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또 혁신적인 초저전력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전력 사용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물도 덜 쓰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는 물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반도체 라인 증설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하루에 필요한 물의 양은 2030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이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수처리 시설을 잘 만들어서 다시 쓰겠다는 거죠.

    <앵커> 문제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인데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다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요?

    <기자> 삼성전자보다 앞서 RE100에 가입한 기업들과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2020년 기준 RE100에 가입한 기업 315곳은 연간 전력 소비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지난해 기준 16%에 불과합니다.

    삼성의 경쟁자인 미국 애플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완료했고, 미국 인텔은 81% 수준의 전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번 `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서 우선 5년 내에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미 미국, 중국, 유럽 사업장은 목표를 달성한 상황이구요.

    국내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건데, 문제는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 수급 때문인데요. 재생에너지 수급이 원활한 미국과 중국, 유럽은 이미 100%를 달성했는데, 핵심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6%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앵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구하기 어려운 건가요? 왜 국내 사업장만 재생에너지 사용이 적은 건지 이유가 있나요?

    <기자> 근본적인 원인이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가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비싸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OECD 평균의 1/4 수준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상위 30개 기업이 쓴 산업용 전력은 102.92TWh(테라와트시)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3.09TWh에 불과합니다. 이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려면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재생에너지 값이 비쌉니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볼 때 국내 태양광 발전 단가는 3배 가까이 높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귀하다보니,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는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도 미국과 중국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부담이 크니 사용하기를 꺼리게 되는 거죠.

    여기에 새 정부가 원전 비중을 늘리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기존 계획보다 축소했거든요. 앞으로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점이죠. 삼성전자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경쟁자인 애플이나 인텔, TSMC가 이미 RE100에 가입했지만, 유독 삼성전자만 가입을 미뤄온 이유입니다.

    <앵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기업이 아닌 정부와 사회의 도움도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 삼성전자 역시 이번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전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해서 가장 시급한 개선점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재정·제도적 지원 확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재생에너지 가격 현실화`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뒤를 이었구요.

    그러니까 이 3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겁니다. 충분한 재생에너지가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되는 데 있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RE100은 사실상 기업들에게 글로벌 무역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라는 거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일은 없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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