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0시부터 입국 전 PCR 검사가 폐지되면서 해외여행 예약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여행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성적이 엇갈리면서 업계에 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한 내용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여행 수요 회복 속도가 어느 정도로 빠른 겁니까?
<기자>
업계에선 해외여행 정상화를 막고 있던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반응입니다. 심리적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자 문의량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요. 실제 예약도 2~3배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랜 기간 빗장을 걸어 잠갔던 일본도, 빠르면 다음 달부터 개인 여행객 입국 `자유여행`을 허용하고, 무비자 입국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한 여행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본 여행 예약률이 전달에 비해 25배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반응이 폭발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앵커>
실제로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업체 별로 성적이 조금 갈리고 있다고요?
<기자>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은 크게 빅 4로 불리는데요. 그동안은 1위 하나투어, 2위 모두투어 이 순위가 굳건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를 겪고, 정상화로 돌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떻게 바뀌고 있는 겁니까?
<기자>
3~4위를 차지하던 참좋은여행이 2위였던 모두투어를 역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4월부터 빠르게 격차를 좁힌 건데요.
실제 패키지 상품으로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송출객` 수를 비교해 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참좋은여행이 모두투어를 앞지른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좋은여행이 3개월 연속 2위를 차지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후 성수기인 7월, 8월엔 모두투어가 다시 조금 앞서긴 합니다만, 근소한 차이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모두투어의 점유율이 2배 정도 높았거든요. 이 점을 감안하면, 최근엔 턱 밑까지 추격해왔다, 여행업계 판도 변화가 시작됐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3~4위 참좋은 여행이 2위 모두투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건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영업 정상화 속도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참좋은여행은 지난 8월 말 전 직원이 대부분 복귀를 완료하고, 수시 채용을 늘리면서 인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모두투어는 조금 보수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직률은 65% 정도에 불과하고요. 다음 달 4일에야 전 직원을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하나투어, 노랑풍선도 모두 전 직원 정상근무체제로 전환한 것과 비교해 봐도 영업 재개 속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모두투어가 보수적으로 운영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던 겁니까?
<기자>
두 기업의 재무 상태를 보시면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데요.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참좋은여행은 21%, 모두투어는 173%에 달합니다.
참좋은여행이 무차입 경영을 기조로 하는 데다가,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전에 83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각하며 현금 곳간을 두둑이 채웠습니다. 때문에 코로나 기간에도 자진 퇴사자 외에 구조조정 없이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이에 반해 모두투어는 보수적인 운영을 택했습니다. 코로나 재유행 등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여행 수요가 거의 0으로까지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기에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는 건데요.
업계에선 "모두투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했었다"며, "그 같은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서 움직여야 할 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코로나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재무여력의 차이가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순위 변동도 불러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리고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참좋은여행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 이것도 한 요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1월에 코로나가 한창이었을 때인데 여행사 중 가장 먼저 영업을 재개했는데요.
`희망을 예약하세요`를 내걸고, 여행을 못 가게 될 경우 100% 환불은 물론, 기존 10만 원이던 예약금을 1만 원으로 줄여서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파격적인 마케팅에 당시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요.
이렇게 모은 사전예약 고객이 10만 명 정도인데, 올해 4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이 고객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상당수 실제 모객으로 전환을 시켰습니다. 10만 명이면 올해 8월 성수기에 여행사 상위 3곳의 해외 패키지 송출객을 합친 수보다 2배 많은 숫자입니다.
이 밖에 참좋은여행의 단순한 의사결정구조도 위기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힙니다.
코로나 이전 8본부 36팀이던 조직구조를 6본부 17팀으로 대폭 간소화하고 개별 본부에서 대표이사로 직접 보고하는 형태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 상황이 변화할 때마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20년 만에 2위 자리가 바뀐 건데,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모두투어는 지금의 점유율 변동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간 마케팅비와 인건비를 극도로 줄여서 운영한 만큼, 전 직원 복귀가 예정된 10월부터 공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거죠.
그런데 업계에선 조금 다른 의견도 나옵니다. 여행 시장 재편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코로나 전후 여행업 등록업체 수가 2천 곳 이상 감소했습니다. 전체의 10% 정도가 어려운 영업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한 건데요. 이들 중소 여행사 물량을 상대적으로 영업을 일찍 재개한 기업들이 흡수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현재 해외여행 시장 전체를 두고 보면 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20% 정도도 채 회복하지 못한 상태거든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업계 순위 변동을 논의하기엔 좀 이르다는 평가도 없지 않습니다.
2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여행사들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올해 연간 출국 수요의 60%가량이 4분기에 쏠려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지역의 무비자 입국이 10월께 가능해지는 만큼, 이 수요를 누가 선점하느냐도 향후 점유율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