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넉달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고물가가 지속돼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의 봉쇄조치,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 등으로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힌 이래 넉달째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8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세에 1년 전보다 5.7% 올라 7월(6.3%)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다만 개인서비스는 여름 성수기 수요 증가 등으로 외식물가 오름세가 8.4%에서 8.8%로 확대됐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4% 상승해 7월(4.5%)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상방 리스크(위험)가 작지 않아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힌 바 있다.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쳐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94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종전 역대 최대인 지난 1월 무역적자 규모(49억5천만달러)보다 40억달러 이상 늘었기 때문에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다만 서비스 수지나 소득 수지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적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매판매는 0.3% 줄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다섯 달 연속 감소했다. 다만 대면서비스업의 호조 등으로 미뤄봤을 때 전체 민간소비는 개선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 과장은 "민간 소비가 경기를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다"며 "소비는 물가 상승,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의 제약요인들이 있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는 유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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