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비싼 아이폰이 더 잘 팔린다

정재홍 기자

입력 2022-09-16 19:01   수정 2022-09-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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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늘부터 1차 출시국에 풀립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돈 150만 원이 넘는 고가 모델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분석인데, 전체 판매량은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에게 부품을 공급받아 판매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실적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그래서 정확하게 아이폰14 반응이 어떤 건가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반응이 차갑다와 뜨겁다 두 가지 의견이 공존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요. 신기능을 대거 탑재한 고가 모델은 예약률이 높은 데 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군은 수요가 적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애플 전문가 궈밍치 대만 애널리스트는 중국내 아이폰14 사전주문 할당량 조사 결과, 85%가 고가 라인업인 프로와 프로맥스에 집중돼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 중국 내에서는 일부 모델에 한해 물량 부족 현상도 발생해 프리미엄, 우리돈으로 약 80만 원 가까이 웃돈을 얹고 제품을 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이는 전세계 공통된 현상인데, 예상보다 높은 고가 라인업 수요에 애플이 증산을 위해 부품사와 추가 부품 발주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몇 년만에 화면 디자인이 바뀌는 등 신기능을 대거 탑재한 고가 라인업은 반응이 뜨겁습니다. 총 4가지 모델로 구분돼 있는데 고가인 프로, 프로 맥스와 달리 일반과 플러스 모델 판매량 실적이 저조해서요. 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단종한 `아이폰 미니`보다도 적다 말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제품 전체 판매량이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죠.

    <앵커> 삼성의 갤럭시Z 4 시리즈처럼 아이폰도 예상을 깨고 가격을 동결한 게 인기의 비결일까요. 가격이 같아도 물가 상승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은 적어졌을텐데 말이죠.

    <기자> 이번 아이폰은 가장 저렴한 모델과 비싼 모델의 가격 차이가 용량에 따라 800달러, 우리돈 100만 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기왕 쓰는 거 더 좋은 제품을 쓰고 싶어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반응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양현주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 강세로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스마트폰 구매를 꺼리지 않습니다.

    중장년층의 경우, 스마트폰이 매일 사용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가격 상승을 감내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윤석봉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생활 하려면 휴대폰이 필수불가결한 물품이니까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단 말이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핸드폰은 생활필수품이 돼버렸어]

    스마트폰 신제품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이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이태우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아무래도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 생필품이라기보다 액세서리의 영역이라 생각해서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들이 더 많아지기도 하고…]

    가장 좋은 제품을 쓴다는 만족감을 고려하면 감내할 만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정아 / 서울특별시 성북구 : 프로를 사는 이유가 나온 모델 라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걸 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공략하기도 했고 마케팅이. 기능적으로도 최고를 쓰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걸 선택하는 것 같아요.]

    최근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의 가장 낮은 기종과 가장 높은 기종의 가격 차이는 북미 기준 최대 800달러, 한국 기준으로 125만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초기 사전예약 대부분의 수요가 상위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에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몇 년간 고가 모델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심화돼 왔는데, 제조사는 이런 현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상위모델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 이른바 `급나누기`를 통해 소비자들의 수요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전체 판매량이 늘지 않더라도 비싼 모델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상위모델 판매 비중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싸도 사겠다는 소비 심리에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제조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물가 상승에 점심을 편의점에서 해결하거나 구내식당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는데, 스마트폰 구매에선 다른 구매 양상을 보여주네요. 지금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상품 구매는 선택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어떤 건 줄이는 대신 다른 건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거죠. 가전 제품에서도 이런 양상은 보입니다.

    예를 들어 TV의 경우를 보면요. 올해 경기침체로 전세계 TV 출하량은 2억 879만 대가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수치입니다. 예상치대로라면 12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실제 상반기 TV 전체 판매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2.5%가 줄었습니다.

    상반기 실제 판매 데이터를 보면 프리미엄 제품군에선 양상이 다릅니다. 삼성 QLED는 같은 기간 보다 판매량이 16.3% 증가했고요. LCD 보다 몇 배 비싼 OLED TV 전체 출하량도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백만 원이 넘는 70인치 이상 LG OLED TV는 판매량이 17% 증가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수천만 원이 넘는 98인치 대형 OLED TV를 출시했습니다. 판매량이 줄어드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 같진 않은데요. 국내업체들도 애플처럼 극단적인 프리미엄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애플의 제품 전략은 삼성 등 국내 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11 시리즈 때 시장의 예상을 깨고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다른 브랜드들의 가격정책까지 움직이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번 극단적인 `급나누기` 전략이 성공한다면 당장 삼성도 내년 갤럭시 시리즈에 비슷한 제품 정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세계에 제품을 공급하는 4분기 실적(회계연도 1분기)에서 신제품 성공여부가 드러납니다.

    계속된 아이폰 흥행으로 그동안 애플의 4분기 매출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습니다. 2년 연속 우리돈 100조 원이 넘는 4분기 매출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도 4분기 실적에서 신기록을 세우면 극단적인 급나누기 전략은 우수한 불황 속 제품 판매 전략이 될 거란 예상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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