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고, 찬 바람이 불면 배당주를 담으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배당 기준이 되는 연말에 주주 자격을 얻고 주총이 열리는 봄에 되팔아 배당과 차익을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에 정부가 배당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통상 상장 기업은 12월 말까지 주주명부를 미리 확정하고, 이듬해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합니다.
현행 제도는 지난해에 투자한 주주들의 배당금을 이듬해 투자한 주주들이 결정하다보니 배당금을 높여도 주가 부양에 효과를 내지 못해왔습니다.
가을 무렵부터 12월 말까지 배당을 받을 주식에 이름만 올려둔 뒤, 이듬해 되팔고 빠져나가는 투자가 가능해 주가를 끌어내리는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같은 관행으로 인해 국내 대표 배당주 가운데 하나인 KT&G는 3년 연속 배당을 늘렸지만 주가는 수년째 8만원선 제자리입니다.
정부는 장기간 굳어진 배당 관행이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만들었다고 보고, 관련 제도를 선진국들과 동일하게 손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배당금이 결정되기도 전에 배당받을 주주가 확정돼 시장의 판단기회가 제한된다"(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 9월 15일)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개선 방안으로 통상 서너 달씩 걸리던 배당금 지급 관행을 다른 나라들처럼 상장기업이 연초에 주총이나 이사회에서 배당금 규모를 정해 한 달 이내에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먼저 결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정해 주총 직후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남길남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까지는 배당주에 투자한다는 것이 예측을 해야 하거든요. 3개월 전에.. 그런데 앞으로는 배당을 결정하는 것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죠. 훨씬 고배당 주식에 대한 투자가 신속해지고 정확해질 수 있다"
정부 구상대로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면 매년 4월이 아닌 날짜에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연말 배당주들의 일시적인 등락과 단기적인 투기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함께 영문 공시 서비스 확대와 다른 나라에 비해 제한적인 장내파생상품 거래 시각 등을 포함해 자본시장 제도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손질할 예정입니다.
다만 만성적인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만든 상장기업의 배당 관행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관련 세부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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