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랭거 MIT 교수·모더나 창업자
멜리사 무어 모더나 최고과학책임자
"바이오산업이 미국에서 발명되고 미국에서 생산되게 하겠다"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바이오 분야 행정명령 서명의 주요 골자입니다.
IT,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서 벌어졌던 미래 산업의 격전지가 바이오로 옮겨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는 백신을 만든 제약사들의 대성공을 지켜봤습니다.
성공의 중심에는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백신 후보 물질(mRNA-1273)을 개발했고, 한때 시가총액 200조 원을 넘기기도 했던 모더나가 있습니다.
엔데믹을 향해가는 지금,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이들은 스스로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배성재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로버트 랭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지금까지 창업한 기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인가요?) 모두 다 기억에 남지만, 가장 유명하면서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모더나를 꼽고 싶습니다.]
창업에 참여한 회사만 40곳, 보유 중인 특허 개수가 1,400개, 발행한 논문 수는 15,000편.
`우리 시대의 에디슨`, `MIT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로버트 랭거 MIT 교수가 쌓아온 숫자입니다.
모더나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작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부자 순위 200위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창업자가 기억하는 초창기 모더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로버트 랭거 MIT 교수: 2010년 하버드 과학자인 데릭 로시와 케네스 치엔, 그리고 저, MIT 출신 누바 아페얀이 함께 모더나를 설립하기로 결정했죠. 사업 아이디어는 메신저 RNA(mRNA) 치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설립 전 8개월 동안 매주 한 번씩 모였습니다. 모여서 올바른 특허 전략을 세우고, 스테판 방셀처럼 훌륭한 CEO 등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했습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이른바 mRNA 기술은 당시만 해도 체내에서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는 기술로 평가받았습니다.
불안정한 기술로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하니, 창업 당시 분위기는 다소 냉소적이었습니다.
[로버트 랭거 MIT 교수: RNA가 단백질을 생성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발전이지만, 수많은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mRNA와 나노입자 모두 냉소적으로 보았어요. 당시에는 그런 시선이 흔했어요. 냉소적이고 실패할 것으로 보았죠. 그러나 괜찮았습니다. 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밀어붙였습니다.]
계속해서 밀어붙인 개발과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로버트 랭거 MIT 교수: 백신을 만들 때, 아주 약간의 RNA를 나노입자로 만들어 보존력을 높여 신체에 주입하면, 신체가 이를 인지해 단백질을 생성해냅니다. 이러한 단백질 치료법은 백신의 형성을 가속화하고, 이전에 치료하지 못했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제 모더나 직원은 3천 명으로 불어났고, 35개 제품들이 여러 임상 시험을 거쳤습니다. 물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도 포함해서요.]
모더나가 세계 최초로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해 임상 준비를 마친 건 2020년 2월.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공개한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었습니다.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인 신속한 대응력이 위력을 발휘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끈 멜리사 무어 모더나 최고과학책임자(CSO)에게서 당시를 어떻게 기억할까.
[멜리사 무어 모더나 최고과학책임자(CSO): 만일 코로나19가 2019년에 발생했다면, 우린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을 겁니다. 2017년, 2018년에 걸쳐서 기본적인 연구를 마쳐놨기 때문에, 모더나 백신이 경쟁사들보다 더 안정적이었던 거죠. (그동안) 계속해서 RNA를 더 안정적으로 주입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왔고,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놨었습니다.]
무어 CSO는 1989년부터 mRNA 연구를 해온 mRNA의 최고 권위자로 꼽힙니다.
모더나에 합류한 건 6년 전인 2016년.
[멜리사 무어 모더나 CSO: 90년대 중반쯤에는 mRNA를 활용해 약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어요. 많이는 만들 수 있었지만, 너무 불안정한데다 이해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죠. 그러다 2013년, 모더나가 mRNA를 생쥐에게 주입해서 단백질을 만들어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곧장 모더나 측에 연락해서 저도 mRNA에 대해 연구 중이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가 653만 명, 누적 확진자만 6억 1,741만 명.
3년을 이어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에 큰 불행을 가져왔지만, mRNA의 가능성을 발견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무어 CSO는 mRNA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을 업그레이드한 독감 백신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멜리사 무어 모더나 CSO: (지난 3년간) 우리가 배운 것은 mRNA 백신이 다른 백신들보다도 노인들에게 특히나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호흡기 질환은 노인들에게 높은 이환율과 사망률을 보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모더나는 코로나19, 계절성 독감, 호흡기 질환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정기 접종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명성을 떨친 mRNA 기술도, 세포 생성이나 난치병 치료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입니다.
[멜리사 무어 모더나 CSO: (mRNA는) 재생 의약 부문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mRNA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일시적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일시적인 지시를 내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동맥이 막혀 심장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의 심장에 (mRNA를) 직접 투여해 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혈관을 자라게 해서 막힌 곳을 우회할 수 있도록이요. 이처럼 재생 의약 부문에서는 신호만 전달해 주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mRNA죠.]
코로나19 팬데믹 속 대성공을 거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끈 최고과학책임자가 그리는 모더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멜리사 무어 모더나 CSO: 사실 선두 주자를 따라잡는 게 더 쉽잖아요. 이제 우리가 선두 주자가 됐고, 모두가 우릴 따라잡으려고 합니다. 늘 어떻게 하면 더 해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10배를 더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약을 만들고,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모더나가 있는 한, 모더나는 미래에도 의약품을 만드는 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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